정유라 “살시도(말)는 삼성 것, 빌려 탔다”

이재용 재판서 증언…본인 단독 지원 물음에 "몰랐다"

디지털경제입력 :2017/07/12 17:07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독일 승마 훈련 시 이용했던 말 소유주가 삼성이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3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정씨는 삼성이 말 '살시도' 등의 소유권을 최씨 측으로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정씨에게 "어머니(최씨)로부터 '굳이 돈을 주고 말을 사서 탈 필요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살시도가 본인의 말이라고 생각했느냐"고 추궁했다.

정씨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를 듣긴 했다"며 "그러나 (살시도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어머니 역시 말에 대해 삼성으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했다"면서 "삼성이 소유권을 가진 상태서 말을 사용하도록 빌려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말 소유권이 최씨 등에게 넘어갔으며, 말 매매계약 역시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는 특검 측 주장과 배치된다.

지난달 20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삼성이 최씨에게 소유권을 넘겨줬다고 특검 측이 주장한 말 '라우싱'이 최근 국내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정유라 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 세탁' 등 뇌물공여 혐의 관련 38차 공판에서 증인 출석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정씨는 최씨가 말의 이름을 바꾸려 했다는 정황도 진술했다. 정씨가 탔던 말이 국제승마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삼성 소유로 등재돼 있어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에 말 살시도 소유자로 삼성이 등재된 사실이 없다"며 "본인 프로필에 소속팀이 삼성으로 기재됐기 때문에 이를 혼동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에 정씨는 본인이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고 최씨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삼성이 단독으로 승마훈련을 지원한 경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어머니가 '삼성이 비타나V(말)를 구입했다'고 이야기했다'며 "삼성이 자신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그 당시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삼성은 마장마술과 장애물 부문에서 각각 선수 3명을 지원하기로 했고, 나도 그중 1명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삼성이 나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그 당시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오기로 돼있던 선수들이 오지 않자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가만히 있으라'고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정씨는 승마 지원 관련 각종 계약서를 본 적도 없고, 증언 내용은 전부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는 정씨가 3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상황을 모면하려 특검이 원하는 대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사진=지디넷코리아)

한편,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던 정씨가 증언대에 선 경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정씨 측은 '현재 수사 중인 형사사건과 이 부회장의 재판이 직결되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 역시 정씨의 출석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재판부도 오전 9시30분(재판 30분 전)까지 증인의 출석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벽에 홀로 주거지를 나간 정씨가 앞에서 대기 중이던 '성명불상자'들에 의해 강제로 승차한 후 종적을 감췄다"면서 "이는 정씨가 3차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피의자인데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차단됐다는 걸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 변호사는 "특검이 정씨를 설득해 출석하게 하겠다고 한 건 출석 강요와 회유로 드러났다"며 "정씨의 이날 증언은 특정인의 압박과 회유 등으로 오염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정씨의 증인 출석은 본인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뤄졌고, 불법적인 출석 강요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씨가 '고민 끝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특검에 알렸다. 정씨가 특검에 이동하는 데 지원을 요청해 도움을 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