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 14조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1등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낸 기업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애플의 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2조원(105억 달러) 수준이다.
48년 전 전자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 60조원과 영업이익 14조원이라는 신기원을 이룰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개벽 같은 일이다
이같은 성공의 배경이 첨단 부가가치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와 LCD 패널/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경쟁사가 엄두도 내지 못할 과감하고 신속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낸 결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고급 두뇌와 하루 14시간의 헌신적인 노동력을 제공한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라 할수 있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세계 최고의 제조양산 기술을 자랑하는 첨단 부품과 이와 결합한 완제품이 이루어낸 시너지에 있다.
삼성전자가 LCD패널과 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성공한 것은 지난 1990년 초·중반이다. 오늘날 황금 알을 낳는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처음 개발한 것이 2002년이다. 이후 기술 투자에 집중하면서 이들 사업을 고도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휴대폰과 TV 등 경쟁력 있는 완제품을 만들어 모두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부품과 세트 제품까지 수직 계열화 시켜 가치 사슬로 엮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이룬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10년 이상의 미래를 보고 회사의 사운을 건 수 십 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뤄온 것이 적중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서는 미국, 중국, 유럽 등 패권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4~5년 전부터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더욱 첨예해진 IT 산업 생태계에서 생존의 전략을 고민해 왔다. 초격차 전략이란 2위와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려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앞서 선행 기술과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리딩하고 치고 빠지는 것도 이 같은 초격차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는 IT업계가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스마트폰, TV, 메모리 등 주력제품의 경쟁이 더욱 심화된 상황에서 내린 '고육지책'임에 다름 아니다. 그만큼 스마트폰, TV,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등 경쟁 국가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에 13조2천억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또한 작년 '갤럭시노트7' 조기 단종으로 3조원이 넘는 돈을 까먹었지만 4개월 동안 700여명의 개발자를 투입해 완제품 시료 20만대, 배터리 3만개를 전수 조사하고 관련 안전방지 시스템도 갖췄다.
그러나 최근엔 이같은 '초격차' 전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 곳곳에서 위태로운 시그널이 울리고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삼성에게 더 이상의 기술 격차가 아닌 새로운 무엇,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과 소프트파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IoT, 자율차, 가상현실(VR), 로봇 등 4차 혁명산업과 관련해 올해 삼성전자의 대응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걱정을 더하게 만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만(자동차 전장), 비브랩스(인공지능), 스마트싱스(스마트홈), 조이언트(클라우드서비스), 데이코(럭셔리가전), 유니키(IoT), 8i(가상현실) 등 글로벌 혁신기업에 10조원 이상(비공개 기업 제외)의 인수와 투자를 단행했다. 작년 여름엔 세계 1위 전기자동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에 5천억원을 들여 지분 투자도 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 올해 들어서는 새로운 대형 M&A 건은 전무한 상태다. 여기엔 미래전략실이라는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해체되면서 대규모 투자와 종합적이고 빠른 의사 결정이 어려운 탓이 크다. 더구나 오너인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워 있고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으로 부재 중이라는 영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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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비주력 사업에 대한 대응도 요원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카메라와 프린터 사업 부문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재작년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등 비주력 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면서 선제적으로 군살을 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사태 이후 최고 책임자인 고동진 무선사업본부장을 유임시켜 명예회복을 하도록 기회를 줬다. 어느 전문 경영인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라며 "오너 경영이 나쁘고 전문 경영이 좋다는 근거는 없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위험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