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소통-타협’…3不 늪 빠진 국정위

[기본료 논란(중)]이해 당사자 의견 배제

방송/통신입력 :2017/06/15 07:56

김태진, 박수형 기자

통신비 인하 공약 실행방안을 두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둘러싼 우려가 줄지 않고 있다.

새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가 기본료 폐지라는 공약에 매몰돼 소비자 불신과 논란만 확산시키고, 실질적인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데 한발자국도 떼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기본료 폐지는 통신비 공약이 발표됐을 때부터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행정부가 적법한 법제도 아래서 강행할 수 없다는 해묵은 지적을 도외시한 채 포함시킨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로부터 줄곧 ICT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국정위가 단기간 내 결론만 지으려하면서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본료 폐지의 이해당사자인 통신사의 면담은 생략한 채 규제당국과 시민단체 의견만 수렴하는 국정위가 ‘만나지 않고, 대화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다’는 과거 대만의 3불(不) 정책과 흡사하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부분의 정당이 기본료 폐지 정책을 추진했지만 그 기본 방향은 사업자와 소통해 단계적 인하와 폐지를 설득하는 것이었고,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기본료에 해당하는 부분을 축소하거나 폐지를 전제로 했던 것”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국정위 방식으로는 기업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비판밖에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미래부만 다그치는 국정위

통신비 부담 절감 공약은 국정위 내 경제2분과가 맡고 있다. 통신 산업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업무보고 형식으로 통신비 인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양방향 소통이 아니라 미래부가 제시하는 안에 기본료 폐지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으면 ‘어떻게든 공약 실행 방안을 찾아오라’는 단방향 주문이다. 그동안 미래부의 업무보고가 반복된 이유다.

지난 10일 미래부의 세 번째 보고를 받은 국정위가 또 다시 보완을 주문하며 사실상 ‘퇴짜’를 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당시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은 “미래부의 보고 내용이 위원회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미래부가 내용을 보완할 때까지 기다린 뒤 다시 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내에서는 민간사업자인 통신사에게 요금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요금인가제(시장 지배적사업자에 대한 이용약관 인가심사)가 있지만 이는 통신사가 요금을 올릴 경우에만 규제를 할 수 있고 내리라고 강제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이 대표적 규제 산업인 기간사업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국정위 행태는 사실상 규제기관과 소속 기업을 갑을 관계로 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무소불위로 사업자를 규제하던 과거에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래부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조원희 자문위원, 김정우 위원,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 최민희 위원, 강현수 위원

■ 정답은 정해져 있다?

지난 8일 열린 헌법재판소장 청문회에서 김이수 대법관은 “정부의 강제적 행정지도로 기본료를 폐지하는 것이 기업의 재산권 침해, 위헌소지가 있느냐”는 김경진 의원의 질의에 “행정지도의 내용이 실제 강제적 성격을 갖는지 여부에 따라 재산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활용해 사업을 하는 이통사라도 강제적 행정지도를 통해 요금인하를 꾀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나아가서는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는 해석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이 속을 끓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통신비는 비싸다’고 여기는 탓이다. 국정위 자문위원들이 공개석상에서 “미래부가 의지가 없다”거나 “더 이상 보고 받지 않겠다”고 주무부처를 대놓고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이 같은 자신감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부처에 공약 이행에 대한 실행 방안을 요구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각 분과별로 나눠 전문가라고 모인 자문위원들이라면 대안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특정 시민단체의 주장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자문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시민단체에서는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주장도 해왔고 알뜰폰협회에서는 기본료가 폐지되면 고사당한다며 반대하고 있다”며 “기본료 폐지와 알뜰폰 활성화는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닌데 이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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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 탓에 국정위는 기본료 폐지 이슈에 대해 한 숨 돌리고 가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자문위 활동 기간 내에 기본료 폐지에 대한 이행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위가 향후 미래부에 관련 이행방안에 대한 권한을 이양하고 마무리 짓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이슈”라며 “당장 미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