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지주사 전환…靑 압박 없었다"

이재용 26차 공판서 손병두 전 금융위 국장 증언

디지털경제입력 :2017/06/09 17:51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청탁한 후 청와대가 금융위원회를 압박했다는 특검 측 의혹을 뒤집는 증언이 나왔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26차 공판에는 손병두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한 손 전 국장은 지난해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로부터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관련 검토 의뢰를 받은 인물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손 전 국장은 "금융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삼성 금융지주회사 전환 검토 결과를 보고한 이후에 청와대 협의 결과나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며 특검 측 주장을 일축했다.

손 전 국장은 "금융위 임원을 비롯, 청와대 등 어떤 누구에게도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검토 사항에 대해)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며 "2016년 3월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안 전 수석이 청와대 회의에서 만난 이후에도 청와대 지시 사항 등을 별도로 전달받거나, 검토 결과에 대한 수정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려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으로 대주주(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부분에 대해 사회적인 비난이 생길 수 있어 금융위가 이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 전 국장은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추진 목적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삼성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또는 지주사 체제를 통한 지분 구조의 투명화와 금융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이 이유였는지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삼성그룹 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해 이를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손 전 국장의 증언을 토대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계열사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과 뇌물을 제공했다는 특검 측 입장은 전혀 입증된 바가 없다"며 "오히려 독대일 전후로도 금융위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청와대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지시가 없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후엔 박진해 금융감독원 보험리스크제도실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은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과 관계가 없고, 다른 생명보험 사에서 추진하는 방향과도 달랐다"며 "이는 '견강부회' 격으로 진행된 것이라 볼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삼성 측의 주장의 타당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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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 측은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 시도는 새로운 회계기준 시행으로 인한 사전 준비"였다며 특검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공판은 지난 공판과 비교해 다소 이른 시각인 오후 3시 30분 경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