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 삼성물산의 처분 주식 범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증언이 재차 나왔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 2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의 처분 주식 수를 결정하는 업무는 사실상 간부급 실무진들이 알아서 처리한 것"이라면서 "(본인은) 이러한 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어서 간부들을 믿고 (보고서를) 결재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청와대와 공정위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방침이나 지침을 받기 위해 보고하는 것은 사실상 없다"면서 "삼성물산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 규모 변경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의 진술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최 전 비서관은 전날인 22차 공판서 "안민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부터 '공정위가 처분 주식 규모를 500만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그 후 이 내용을 안종범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면서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본인의 '의견 전달'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그룹 계열사인 삼성SDI 등이 삼성물산 주식 1천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후 돌연 주식 처분 범위를 500만 주로 변경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 삼성과 청와대의 은밀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정 위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삼성SDI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처분 주식을 1천만 주로 결정한 직후,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으로부터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정 위원장은 "기술적인 내용은 잘 몰라서 (김 전 부위원장에게) 한참 설명을 들었다"며 "이후 김 부위원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재검토를 하고, 이와 관련해 법률전문가 등에게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전 부위원장은 (본인에게) 삼성물산 처분 지분 수 변경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보고하기 전 삼성 측과의 만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법정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부위원장이 외부에서 특정인을 만나 민원을 들었다면 이는 바람직하진 않은 것이고, 공정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靑 개입 없었다"2017.06.02
- 공정위 관계자 "삼성물산 지분 처분 변경…이전엔 없던 일"2017.06.02
- 이재용 17차 공판…'삼성물산 합병' 공방 이어져2017.06.02
- '삼성물산 합병' 공방…"李 경영 승계 때문" vs "승계와 무관"2017.06.02
이와 관련해 지난 19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삼성 관계자의 청탁은 있었지만 공정위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의 추가 논의는 공정거래법 해석이 잘못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이뤄진 것"이라며 "이왕 재검토하는 거 제대로 하자고 해서 전원회의에 올리기로 위원장에게 보고해 결정됐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