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알고 정유라 씨 승마 지원에 나섰는지 여부가 삼성 재판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삼성이 정유라 외 다른 선수들도 지원하려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다만 최순실 씨와 박근혜 전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삼성 측의 주장과 상반되는 진술도 나오고 있어 재판의 향방이 불투명하다.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의 2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전무는 "삼성은 당초 정유라 외에도 다른 선수에 대해서 마필과 승마 훈련 등을 지원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전무의 증언은 승마협회 한식구였던 김종찬 전 전무의 진술과 일치한다.
김 전 전무는 지난 20차 공판에서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국내 승마 선수들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내보내려 했다"면서 "그러나 유망 선수를 지원한다는 삼성의 원칙이 최순실의 개입에 흐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삼성 측은 증언을 토대로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정유라 씨 외의 다른 선수들을 지원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반면, 특검 측 주장은 이와 다르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 두 모녀의 실체를 알고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코어스포츠는 계약 전날 업체 등록을 하는 등 실체가 없는 회사"라며 "삼성은 이렇듯 정유라 개인만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은 박 전 전무에게 "코어스포츠 계약 과정을 살펴보면, 삼성에서는 정유라 외의 다른 선수들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전 전무는 "(삼성에서) 정유라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삼성은 정유라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출전 기회를 위해 승마 훈련을 지원하려 했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박 전 전 전무는 삼성 측과도 대치되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 훈련 지원 계획에 정유라 씨를 포함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박 전 전무에게 “증인은 지난 2015년 7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박 전 사장을 만났다. 박상진이 '승마 종목을 올림픽까지 지원할 테니 정유라를 포함한 지원계획을 한 번 만들어봐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신문했다. 이에 박 전 전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면, 지난달 7일 첫 공판기일과 특검 진술 조서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2015년 7월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최순실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친자매 이상의 친분이 있고, 또 대통령이 최씨의 딸 정유라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며 "총 300억 원을 정씨의 승마 훈련에 지원해달라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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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 전 사장은 특검에서 "박원오 씨가 '최씨의 생명과도 같은 딸이 독일에 있으니 삼성이 도와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전무는 "박 전 사장이 직접 먼저 정유라를 포함해 지원계획을 세우라고 했다"면서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