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HW-北 SW 결합땐 국제경쟁 한층 유리"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 동북아ICT 포럼에서 강연

컴퓨팅입력 :2017/05/31 15:42    수정: 2017/05/31 15:45

“북한은 수학과 기초과학이 강하고 정보기술(IT)교육을 중시합니다. 컴퓨터 분야 영재 교육도 활성화돼 있습니다. 남한 하드웨어(HW)와 북한 소프트웨어(SW)를 합치면 우리나라가 국제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학(PUST) 명예총장(챈슬러)은 31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 1층 로즈마리룸에서 열린 ‘제57차 동북아공동체 ICT 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이 31일 열린 동북아공동체 ICT 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2009년 9월 개교한 PUST는 평양에 있는 남북한 최초 합작 대학이다. 100명으로 시작한 학부생은 현재 446명이다. 50명으로 출발한 대학원생도 86명에 달한다. 대학원생중 7명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교수진은 미국 등 16개국에서 온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농업, 의학, 컴퓨터 등을 가르친다.

박 명예총장은 포스텍 총장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과학기술특별보좌관관을 지냈다. 1990년 7월 중국 연변대학에서 북한 과학원 교수를 만나면서 북한의 과학기술과 IT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김진경 전 PUST 총장과 함께 PUST 설립을 주도했다.

박 명예총장은 “북한 소프트웨어(SW)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IT 전체로 보면 남한과 큰 차이가 난다”서 “PUST 설립은 북한 우수인력 양성과 과학외교를 통한 북한의 국제화를 도모, 세계평화에 공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과학외교 (Science Diplomacy)’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31일 열린 동북아공동체 ICT 포럼 조찬 간담회 참석자들이 행사 후 기념촬을을 했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시대에도 민간 과학자의 왕래하며 상대국 거주를 허용한 것 같이 남한과 북한간 과학 및 IT외교가 복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간 IT 및 과학협력은 김대중 정부때 제일 활발했는데 이후 천안함과 연평도 사격이 터지면서 지금은 전면 중단 상태다. 박 명예총장은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중심으로 과학외교를 펼치면 북한의 국제화를 통해 남북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PUST가 해커를 키운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 알려진 것이고 PUST를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PUST와 해커간 관련설을 일축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박 명예총장은 1년중 6개월은 PUST에서 강의를 하고 3개월은 한국에서, 3개월은 미국에서 지낸다. 최근 북한 변화에 대해 박 명예총장은 “과학기술전당을 완성하고 자체 셋톱박스(만방)와 이커머스망(만물상)을 갖고 있는 등 북한의 ICT 활용이 활발하다”면서 “ 백두산 근처에서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IT영재 육성에 열심이다. 이미 2001년 4월에 평양 금성1, 2고등중학교 등 4곳에 컴퓨터수재반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연간 1천200명 정도 IT영재가 쏟아진다. 1984년 9월에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컴퓨터와 외국어 교육을 강조하는 제1고등중학교를 평양에 설립하기도 했다. 박 명예총장은 “평양 제1고등중학교 학생들은 대학교수들이 가르치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우수하다”면서 “이곳 학생중 80%는 과학기술 계통으로 진학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IT와 관련된 대학도 다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이 대표적이다. 학자형 인재를 기르는 이 곳에서는 주로 HW와 SW,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를 양성한다. 반면 김책공업종합대학 정보과학기술대학은 HW와 SW 분야 실무형 기술자를 기른다. 이밖에 전문학교로 시작했으나 확대, 개편한 평양콤퓨터기술대학과 수학적 이론에 기초한 고급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리과대학 콤퓨터학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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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명예총장은 “이학 및 공학, 사범부문 모든 대학에 IT과를 설치해 해당부문 IT 전문가를 양성할 정도로 북한은 IT 인력 양성에 열심”이라면서 “우수학생은 군복무(10년)를 면제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남북간 기술격차를 줄여야 통일비용을 줄이고 동북아 평화 공존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박 명예총장은 “남북한 간 윈윈 모델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ICT 인력 양성과 남북 교류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번 조찬 간담회에는 석호익 동북아공동체 ICT 포럼 회장을 비롯해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정책국장, 조성갑 한국인터넷윤리진흥협회장, 김복규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최수만 IT미디어연구소장, 박경진 부광네트워크 대표, 조규조 EBS 부사장, 차양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임부회장, 최성 남서울대 교수,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수, 김종회 가천대 교수, 정연규 그립 대표 등 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