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IoT 시장 선점을 위해 서비스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바다와 호수는 배제되고 있다.”
고학림 호서대 교수는 지난 30일 인천 남항에서 10km 떨어진 해상에서 SK텔레콤과 수중통신 기술을 시연하면서 수중망 기술 필요성에 대해 이같은 이유를 들었다. 모든 사물에 인터넷을 연결해 새로운 데이터를 얻어내고 그 속에서 가치를 발굴하는 IoT 사업 모델이 무선 통신 음영지역으로 여겨지는 물 속으로 범위를 확장할 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SK텔레콤이 호서대 등과 수중망 국책 연구를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통신 음영지역을 없애기 위한 디지털 고속도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CT 대기업은 비록 물 속은 아니지만 열기구나 드론 등을 이용해 룬 프로젝트, 아퀼라 프로젝트 등 해상과 육지를 인터넷으로 이으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나아가 미국은 국가적으로 수중 사물인터넷(IoUT, Internet of Underwater Things) 활성화 시도를 진행 중이다.
■ 수중통신 기술은 어디에 쓰일까
물 속은 기본적으로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
SK텔레콤처럼 LTE 변조 기술로 음파를 활용하거나 해저 지진을 민감하게 여기는 일본처럼 근해까지만 유선 통신을 활용하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수중통신이 어렵기 때문에 바닷속을 그간 지구 최후의 통신 음영지역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은 수중통신 기술 확보를 위해 앞다퉈 경쟁을 하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통신 가능 영역 확보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학림 교수는 “육상에서 기온이 1도 올랐다는 센싱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과 바다의 수온이 1도 올랐다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면서 “기온 1도 상승 데이터는 냉방 전력이 더 쓰이는 정도에 머물지만 수온 1도 상승 데이터는 어종 변화와 적조, 빙하 해빙에 따른 연안 침수, 엘니뇨와 같은 기상 이변 등의 예상치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 정도를 측정하는 것 외에도 지구의 자원 창고로 여겨지는 바다에서 해양 자원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것이 국가적 경쟁력이라고 여겨진다. 국내에서 최근 일어났던 해양 안전 사고에도 수중 통신 기술이 있었다면 구조 환경이 바뀔 수도 있다.
지진과 쓰나미 대비에도 수중통신이 제격이다.
해류와 파고, 조위 등 다양한 해양 정보를 수중통신에서 얻어진 데이터로 대비할 수 있다. 조적전선을 감지하면 현재로선 예상이 어려운 해무도 알아낼 수 있다. 국내 해안가에서 문제가 되는 이안류도 발생 전에 경보를 내릴 수도 있다.
수중 통신이 갖춰지면 레이더 정도에 머물렀던 해양 방위에 쓰일 수도 있다. 국방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세계 강대국이 수중통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 수중통신 선점하라, 글로벌 연구 경쟁 불 붙었다
수중 통신의 쓸모 덕분에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양환경 관측과 연안감시, 수중 이동체 통신을 위해 국가 주도의 수중 통신망 기술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캐나다의 ‘오션 네트워크 캐나다’ 프로젝트다.
세계 곳곳의 관측소에서 유선망 기반 센서를 통해 실시간 원격 관측 시스템을 구축해 매일 수중 데이터 200기가비트(Gb)를 쌓아두고 있다.
비영리 단체에서 시작된 수중 데이터 축적 프로젝트지만 캐나다에서는 과학 연구과 정부전략,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환경 모니터링은 물론 해양 재생에너지, 국방 안전 분야, 해양 교통 분야, 어업 양식 분야, 해양 레저 분야 등 해양 데이터의 활용 범위도 확보했다.
유럽의 선라이즈 프로젝트는 유무선 방식을 혼용해 수중망과 육상망을 통합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선라이즈 게이트를 만들고 서로 다른 이기종망을 연계시켜 다양한 수중망 관리를 효율화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이다.
현재 수중 센싱, 모니터링 등을 효율화해 수중 사물인터넷을 대비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에 나토가 참여하면 적국의 잠수함 이동을 감시하는 국방 네트워크로 바뀔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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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호서대와 함께 선보인 수중통신망은 기지국 기반으로 육상에서 무선통신 방식을 해저로 끌어들인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내고 있다.
고학림 교수는 “바닷속에 수중 기지국을 만드는 수중통신 방식 실증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이번 시연을 통해서 수중기지국에 집적된 각종 데이터가 수중 통신을 통해 해상부표 전달에 성공, 수중 기지국 테스트베드 조성을 위한 핵심 연구 단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