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생태계 상생 경영, 업계 '반색'

2차 협력사까지 현금결제 정착 기대 커

디지털경제입력 :2017/05/26 17:56    수정: 2017/05/28 00:08

"자금 회전이 적게는 2개월에서 많게는 수개월이상 빨라지는 거니깐 얼마나 좋겠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1차 벤더가 2차에게 주는 어음은 기한 제한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같은 중소 기업끼리라면..."(A사 관계자)

"현금 캐시플로우가 안 좋은 1차 협력사에게 2차까지 현금 결제를 강제한다면 상황이 더 어려워 질 수 있죠. 그런데, 물대지원펀드라는 보완 장치가 있다면 상생 모델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B사 관계자)

삼성전자가 새롭게 도입한 1, 2차 협력사 간 물품대금 현금 지급 프로세스가 업계에 잔잔한 파장을 낳고 있다. 과거 대기업들이 말로만 동반 성장을 외치던 것과는 달리 생태계의 가장 끝단에 있는 2, 3차 중소 협력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라는 평가다.

통상 삼성전자 같은 IT·전자 대기업은 1, 2, 3차 협력사 구조로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생태계 맨 마지막에 위치해 있는 2, 3차 하청 기업은 비가 와야 농사를 짓을 수 있는 '천수답' 농사꾼 심정이다.

삼성전자 사옥 (사진=삼성 뉴스룸)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삼성전자로부터 현금으로 물품 대금을 받던 1차 협력사들은 통상 2차 협력사에게 거래 마감 후 3개월 또는 2개월 전자어음을 주는 게 관행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부터 1차 협력사에게 현금으로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거래 마감 후 1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로부터 현금을 받던 1차 벤더가 2차 벤더에게도 똑같이 현금으로 물품 대금을 결제해 준다면 임금 체불이 줄어들고 재무 건정성도 좋아지는 등 전체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삼성전자→1차벤더(대기업 또는 중소)→2차벤더(중소)의 모든 거래에서 물품 대금 결제가 30일 내 현금으로 이뤄질 경우 자금 회전력은 4개월 이상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5일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 대금을 지급하게 하는 물품 대금 지급 프로세스를 마련해 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즉, 내달부터는 삼성전자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 물품 대금을 한 달 내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말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1차 협력사에게 이를 강제하지는 못한다. 자칫 중소 협력사 경영 간섭으로 비춰져 불법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를 독려하기 위해 협력사 종합평가를 할 때 2차 협력사에게 현금으로 물대를 지급하는 1차 협력사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반영하기로 했다. 또 신규로 거래를 시작하는 협력사에 대해서는 이를 의무화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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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가 현금으로 2차 협력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월 평균 거래금액 내에서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5천억원 규모의 '물대지원펀드'를 3년간(2020년 5월 31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현금 조기 지급에 따른 필요 금액을 1년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제도다. 필요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업계는 혹여, 1차 협력사가 삼성전자가 조성한 '물대지원펀드'를 악용할 소지도 있다며 상생 시스템이 건강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시스템 점검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