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7차 공판…'삼성물산 합병' 공방 이어져

국민연금에 합병반대 권고한 윤 연구위원 증언대 올라

디지털경제입력 :2017/05/24 15:03    수정: 2017/05/24 15:2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이 17회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가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모습이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주장을 펼지고 있고,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에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여유롭게 유지하고 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17차 공판에는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팀장이 소속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양사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비율이 부적절하단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이날 윤 팀장은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의 합병에 관한 공시가 나온 후, 국민연금 측으로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의뢰받았다"며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으로서는 합병 비율이 부적절해 합병에 반대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 판단했고, 그런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고 증언했다.

윤 팀장에 따르면 당시 기업지배구조원이 국민연금에 보낸 보고서의 요지는 '국민연금 입장에서 합병비율(1대 0.35)이 불리하다', '합병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합병비율 산정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1대 0.46으로 산출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기업지배구조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5년 7월 10일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검은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했다"는 입장이다.

같은 맥락으로 특검은 지난 22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또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게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해서 1천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물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합병 찬성을 결정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적도 문제 삼고 있다.

공정위는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된 후, 삼성이 순환출자 고리 강화를 이유로 삼성전기와 SDI 등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 500만 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지분 매각 범위를 1천만 주에서 500만 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같은 공정위의 행보가 삼성 측이 받은 특혜라고 보고 있다. 삼성이 조직적으로 처분 지분을 줄이기 위해 공정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 주장은 어느 하나도 입증된 것이 없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면서 "삼성이 청와대에 압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을 압박했고 막대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주가와 합병 시점을 조정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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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소 지분 문제는 이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배력과 무관하다"며 “이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 관계인이 이미 삼성물산의 지분 39.5%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이 부회장 등은 자사주까지 포함해 53.3%의 지배력을 확보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공정위가 언급한 500만주는 지분율이 2.6%에 불과하고 이는 지배력 확보와 무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