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또 다시 삼성 특허 소송에 개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애플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에 삼성의 상고 신청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촉구하는 문건을 제출했다고 포스페이턴츠, 씨넷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문건에서 애플은 하급법원의 판결이 정확한 데다 이번 사건에선 특허법 자체가 쟁점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대법원이 나서서 새로운 판례를 만들 정도로 가치가 있진 않다는 게 애플 주장의 핵심이다.
■ 삼성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오류 많다"
애플이 거론한 소송은 삼성과 애플 간의 2차 특허 소송이다. 디자인이 핵심 쟁점이던 1차 소송과 달리 이번 소송은 데이터 태핑(647특허), 밀어서 잠금해제(721), 단어 자동완성(172) 등 애플 상용 특허 세 건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은 2014년 5월 1심에선 삼성에 1억2천만 달러 배상 평결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해 초 항소심에선 삼성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승부가 완전히 뒤집혔다.
삼성 승리로 굳어지는 듯했던 이번 사건은 지난 해 10월 항소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또 다시 반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3인 재판부가) 항소심에서 제기된 적 없거나 1심 재판 기록 외에 있는 정보에 의존했다”면서 다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삼성은 지난 3월 다시 미국 대법원에 상고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1차 소송에 이어 또 한번의 마지막 역전 드라마를 노리게 됐다.
일단 삼성은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예고 없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특허권자에게 지나치게 친화적인 판결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삼성은 상고 신청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번째는 법적 자명성 부분이었다. 미국 특허법 103조는 “그 발명이 이루어질 당시에 선행기술과의 차이가 그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을 가진 자에 의해 자명한 것이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데이터 태핑을 비롯한 애플 특허 세 건에 문제가 적지 않다고 삼성은 주장했다.
특히 삼성은 전원합의체 진행 과정 자체도 문제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특허 침해 배상 판결을 받으려면 특허 침해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간에 긴밀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항소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분에 대해 간과했다는 것이 삼성 주장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침해 범위 문제였다. 특허 청구항 모두를 침해했을 경우에 한해 특허 침해가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이전 판례였다. 하지만 항소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런 부분을 간과했다고 삼성은 주장했다.
■ 애플 "이번 사건, 특허법 기본 원칙과는 무관"
애플의 대법원에 접수한 것은 상고 신청 절차에 따른 것이다. 상대방이 대법원에 상고 신청서를 접수할 경우 60일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22일이 애플의 의견서 제출 마감일이었다.
이번 문건에서 애플은 “삼성은 연방항소법원의 두 가지 결정에 대해 도전하고 있는데, 둘 모두 특허법의 근본적인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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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은 엄격한 상고 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고신청서가 접수된 사건 중 대법원이 직접 심리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건에 한해서만 상고를 허가해준다. 한해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 중 실제 상고심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5% 남짓할 정도로 낮은 편이다.
애플이 대법원 접수 문건에서 삼성과의 2차 특허소송 핵심 쟁점이 특허법의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건 이런 점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