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공방…"李 경영 승계 때문" vs "승계와 무관"

舊 삼성물산 주주 일성신약 "합병 찬성 조건으로 대가성 제안 있었다"

디지털경제입력 :2017/05/19 14:22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졸속으로 추진했단 의혹을 받는 가운데, 이를 두고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이 팽팽히 맞섰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16차 공판에는 일성신약 조영준 채권관리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성신약은 구 삼성물산의 지분 2.11%를 보유했던 주주 기업으로, 지난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1:0.35)에 반발해 합병을 반대했다.

당시 일성신약 내부에서 삼성물산 합병 내용을 검토한 실무 책임자인 조 팀장 역시 합병비율이 일성신약에 불리하다는 입장이었다.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졸속으로 추진했단 의혹을 받는 가운데, 이를 두고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이 팽팽히 맞섰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조 팀장은 "당시 삼성물산 측이 합병을 찬성해 달라며 신사옥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해왔다"며 "이는 삼성물산 부사장이 (일성신약) 부회장에게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삼성물산 실무진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일성신약 측에 신사옥 건립을 물밑으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당시 일성신약 윤모 부회장을 통해 이를 전해들은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은 "말도 안 된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조 팀장에 따르면 윤 회장은 제안 거절 이유에 대해 "일부 소액 주주들이 모두 손해보는 상황에서 우리만 뒷거래로 이익을 챙기는 것은 정당치 않다"면서 "언젠가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조 팀장의 증언을 토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고, 이는 공소 사실을 뒷받침 하는 진술이라는 입장이다.

특검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물산 측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제일모직으로 넘겨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순조롭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당시 삼성물산 주식의 7.12%를 취득한 엘리엇이 합병에 반기를 들자 합병이 어려워졌고, 2.11%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일성신약 측에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조 팀장의 증언 자체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며 특검 측 주장을 반박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조 팀장이 증언한 내용은 직접 들은 내용이 아니라 전해 들은 것"이라며 "증언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는 특검의 공소사실을 뒷받침 하는 증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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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오후 재판에는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윤 대표 역시 구 삼성물산의 관계자로부터 '일성신약의 보유주식을 장외거래를 통해 주당 7만5천 원에 거래하자'는 등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