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SK-CJ, 속 타는 삼성-롯데

'최순실 사태' 檢 수사 이후 그룹 경영 희비 엇갈려

디지털경제입력 :2017/05/04 18:11    수정: 2017/05/04 18:12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던 SK그룹과 CJ그룹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찾아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재판이 3개월째 이어지면서 해외 글로벌 네트워크가 단절되고 선행 투자 등 경영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도 신동빈 회장이 불구속 기소로 '출국금지' 족쇄에서 풀려나 미국 출장길에 올랐지만 이달 중순께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절음발이 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K-CJ그룹, '최순실 사태' 벗어나 미래 먹거리 찾기 분주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서 벗어난 SK그룹은 기존 에너지·화학 기업에 더해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거듭 날 태세다.

선두에는 최 회장이 서 있다. 최 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가성 출연금을 낸 의혹으로 출국금지까지 당했지만 지난달 검찰의 무혐의 처분 직후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 타진을 위해 직접 현지로 날아갔다.

최 회장은 지난달 26일 귀국길에 "아직 일본 밖에 갔다온 곳이 없어서 (성과에 대해)아직 뭐라 딱 말씀 드리기 이른 상황"이라며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며 말을 아꼈다.

도시바 반도체 해외 매각 시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측 입장을 배려하고 미국 등 다른 곳도 둘러보겠다는 것을 암시한 내용이다. 최 회장은 현지에서 도시바 경영진과 일본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전략과 인수 의지 등을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글로벌 투자 파트너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업계엔 SK그룹이 도시바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재무적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SK그룹은 반도체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최근 LG실트론 지분 19.6% 추가 인수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1일 KTB 프라이빗에퀴티(PE)와 지분 인수 의향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지난 1월 LG실트론 지분 51%를 6천200억원(주당 1만8천139원)에 인수해 이미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다.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SK그룹은 LG실트론의 지분 70.6%를 확보해 보다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 진다.

최 회장은 다른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인수를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큰 틀에서 보면 SK그룹은 5년 전 인수한 SK하이닉스,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SK머티리얼즈, 반도체 기초 재료가 되는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까지 반도체 사업과 관련 소재와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전이 한-중-미 기업들간 각축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SK가 미래 4차 산업시대 전자 산업의 마중물인 반도체 사업을 그룹 핵심으로 키우고 SK하이닉스 내부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올해 반도체 사업 부문에만 사상 최대치인 7조원(설비투자 포함)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이었다.

지난 4년간 멈춰 섰던 CJ의 경영 시계도 다시 돌아갈 전망이다.

조세포탈 및 횡령혐의로 형이 확정된 후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달 경영 무대 복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초 신병 치료 차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최근 귀국했다. 이 회장 본인 스스로 건강이 100% 호전된 상태는 아니지만 산적한 경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조기 복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귀국한 것으로 맞지만 정확한 복귀 시점은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건강 보다 경영이 시급하다는 본인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 상반기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이 회장이)보고를 받고 있을 정도로 사고적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복귀하게 되면 그동안 침체돼 있던 CJ그룹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CJ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이)너무 오랜 동안 자리를 비워 그동안 갖은 의혹과 구설에 올랐던 게 사실"이라며 "오는 '2020년 그레이트 CJ' 비전 목표 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CJ는 전통적인 식품사업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인 물류와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미래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 회장이 복귀하면 그동안 관련 분야에서 느슨해 졌던 대형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문화 콘텐츠 사업을 총괄했던 이미경 부회장의 복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CJ는 올해 그룹 차원에서 5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롯데그룹, 총수 재판으로 중장기 경영 전략 차질

올해 1분기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각 계열사 중심의 비상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 호조로 여건은 좋지만 그룹 총수 부재로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과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초 국제적인 자동차 그룹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인 이탈리아 '엑소르(Exor)'사의 차기 이사진에서 배제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임기 만료였지만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라는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를 고려하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엑소르는 1899년 피아트를 창업한 아넬리 가문이 운영하는 지주회사다. 피아트는 페라리, 마세라티 등 이탈리아 최고급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10조원 가까운 돈을 주고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과 밀접한 파트너 관계에 있다. 전장 사업을 스마트폰 이후 미래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속이 편치 않은 일이다. 지난해 왕성하게 진행되던 인수나 투자가 올해 들어 올스톱되고 최근 지주회사 전환이 백지화된 것도 이 부회장의 빈 자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비자금과 최순실 사태 등으로 1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최근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섰지만 아직은 정상 궤도는 아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9일 허쉬 등 미국 현지 파트너 등과 사업 협의차 10개월만에 미국 출장길을 떠났다. 하지만 오는 23일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에 출석해 재판을 받아야 한다. 신 회장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 상태다. 신 회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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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중국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인한 중국 사업 차질 등 여러 경영 현안을 안고 있다.

재계는 최순실 사태와 탄핵 정국, 오는 9일 대선 이후에도 재벌개혁 공약과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