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비스타…비운의 OS를 보내며

[기자수첩] "너무 일찍 태어난 그대, 잘 가소서"

기자수첩입력 :2017/04/13 11:12    수정: 2017/04/13 12:59

윈도 운영체제(OS) 중 가장 많은 구설수에 휘말렸던 윈도 비스타가 비운의 생을 마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예정대로 2017년 4월 11일 모든 공식지원을 종료했다.

퇴장하는 비스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3년전 먼저 간 윈도XP 때완 사뭇 다르다. 윈도XP 땐 '이별의 슬픔'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비스타와의 작별은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정서는 비스타와의 이별을 전하는 국내외 기사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대부분의 기사들엔 ’MS의 실패작’ ‘MS의 실수’ 'MS의 흑역사’란 수식이 따라 붙었다. IT 전문 외신인 BGR은 “지옥에서 잠드소서(Rest in hell, Windows Vista)”라는 제목의 기사로 비스타의 퇴장에 야유를 보내기까지 했다.

MS가 11일 윈도 비스타에 대한 모든 지원을 종료했다.

이렇게 쓸쓸한 퇴장을 맞는 제품이 또 있을까. 어쩐지 애잔해 보인다. 나라도 비스타를 위한 마지막 변명을 써줘야 할 것 같다.

비스타가 최악의 윈도로 기억되는 이유는 많다. 사용자계정컨트롤(UAC)이란 기능은 뭔가 설치하려고 할 때마다 “관리자 권한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내보내며 사용자들을 귀찮게 했다. 디지털콘텐츠저작권 보호기술(DRM)은 때때로 온라인에서 음악과 비디오 감상하는 걸 방해했다.

많은 문제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버벅거림’이었다. 하드웨어 사양이 낮으면 버벅거리는 현상이 심했다. MS는 권장 사양을 충족하는 PC에 ‘비스타 레디’라는 스티커를 붙여줬지만, 이런 PC에서도 사용자 불만은 계속됐다. 비스타는 '리소스 먹는 하마'란 불명예를 얻었다.

비스타는 왜 이렇게 하드웨어 리소스를 많이 잡아 먹었을까. 그 원인은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에 있다. MS는 비스타에 에어로 글래스(Aero Glass)라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전격 도입했다. 에어로 글래스는 비스타를 이전 윈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바꿔놨다. 화면을 반투명하게 만들어 주는 이 디자인은 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줬다. 비스타에는 또 3차원(3D) 그래픽이 많이 도입됐다. 실행시켜 놓은 여러 창을 한번에 3D 공간에서 정렬해서 볼 수 있는 3D플립 기능이 대표적이다. 또 바탕화면에 날씨나 뉴스 같은 정보를 위젯으로 놓고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윈도 비스타의 화려한 그래픽

이렇게 화려한 그래픽을 구동하려고 하니 하드웨어 리소스가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에야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좋아지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당시엔 그렇지 못했다.

비스타는 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 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윈도7부터 윈도10까지 그 유산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스타가 정말로 ‘망작’이었다면, 모든 흔적이 없어지지 않았을까. 시작 메뉴에 빠른 검색 창이 생긴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포햄해 윈도XP에서 비스타로 넘어가면서 생긴 시작 메뉴의 많은 변화들은 다음 버전에도 계속 전해지고 있다. 또, 비스타를 인기없는 윈도로 만든 결정적 원인인 에어로 글래스 디자인은 윈도10에서 다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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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타로 인해 2007년 쯤 많은 PC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비스타가 꾸준히 낮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을 보면 충분히 앙갚음(?)을 해준 것 같기도 하다. 비스타 덕분에 두고두고 명작이라 불리는 윈도7을 예상보다 빠르게(비스타 출시 후 3년이 채 안돼) 만나 봤으니 약간의 보상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이제, 이 인기 없는 비스타에 계속해서 보안 패치와 기술 지원을 해온 MS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시원 섭섭하게 비스타를 보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