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지난 해 어느 정도 실적을 올렸을까?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주요 이커머스업체들의 2016년 사업보고서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각사가 쏟아낼 실적 규모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3사 모두 ‘치킨게임’을 계속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쿠팡의 적자폭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쿠팡의 적자 규모에 따라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세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생존 여부에 대한 시장 전망이 엇갈릴 수 있어서다.
■위메프 이번주, 쿠팡·티몬 다음주 실적 발표
4일 온라인 쇼핑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금주 내에, 쿠팡과 티켓몬스터는 오는 14일에 2016년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고 손익계산서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에선 세 회사 모두 '큰 폭의 매출 성장'과 ‘적자 지속’이란 두 가지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5년 쿠팡, 위메프, 티몬 매출은 각각 1조1천337억원, 2천165억원, 1천958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3사의 영업손실은 각각 5천470억원, 1천424억원, 1천419억원을 기록했다.
따라서 조만간 공개될 국내 이커머스 기업 3사의 지난해 실적 관전 포인트는 각사가 매출 성장폭을 얼마나 늘렸고, 손실폭을 어느 정도까지 줄였느냐다.
쿠팡은 지난 2015년엔 전년인 2014년에 비해 매출이 무려 225% 상승했다. 반면 적자폭도 350% 증가하며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
위메프 역시 같은 기간 동안 매출이 72% 뛰었지만, 영업손실도 391%나 증가했다. 티몬도 매출이 24% 올랐으나, 적자폭이 477%나 더 커졌다.
재작년 매출 순위로 보면 쿠팡이 1위, 위메프가 2위, 티몬이 3위다. 영업손실로 봤을 때는 쿠팡이 꼴찌, 그 다음이 위메프와 티몬 순이다.
■ 2016년 매출 성장, 적자 감소 얼마나?
지난해 세 회사의 매출 성장폭은 과거처럼 ‘서프라이즈’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3사 모두 오픈마켓 사업 확장과 신선식품 강화 등 외연을 넓힌 만큼 적지 않은 매출 성장세가 점쳐진다. 각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은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적자폭 개선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여전히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지난해에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적자폭이 소폭 감소했더라도, 현재 운영 중인 물류센터와 인력 규모로 추정했을 때 최소 4천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또 티몬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의 적자를, 위메프는 400억~500억원 정도의 적자폭을 줄여 1천억 대 미만 영업손실을 예측하고 있다.
종합해 추정해보면 2015년 8천300억원에 달했던 세 회사의 적자규모는 지난해 6천억~7천억원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 적자 규모 따라 업계 전망 갈릴 듯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이커머스 기업 전체의 적자 규모가 줄겠지만 문제는 이들에게 남은 ‘실탄’이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등으로부터 누적으로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확보했으나, 2013년부터 2016년(추정)까지의 손실금액을 빼면 남는 현금은 5천억원 정도다. 2015, 2016년(추정)과 비슷한 적자가 올해에도 발생할 경우 여유 자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쿠팡은 지난 2015년 말 2017년까지 1조5천억원을 투자해 4만 명(누적 기준)의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즉 손정의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사실상 로켓배송과 관련한 21개 물류센터 설립과 인력 채용에 ‘올인’한다는 전략이었다.
당시 발표한 계획의 이행 상황을 따져 봤을 때 올해까지 목표로한 수준의 투자금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류센터 설립과 인력 채용 계획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물류센터의 경우 최근 인천과 덕평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완공해 가동하기 시작했으나, 당시 목표로 한 숫자와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4만 명에 달하는 인력 채용 계획 역시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오는 14일 쿠팡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시장이 예측한 수준의 실적이 공개될 경우 쿠팡에 대한 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성장 가능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쿠팡은 추가 투자 유치의 필요성이, 위메프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서의 타계책 마련이, 티몬은 지속되는 적자폭 개선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만약 쿠팡의 적자 폭이 절반 가까이 줄고, 나머지 두 회사 역시 매출 신장과 적자 개선이 이뤄진 발표가 이뤄진다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이 주장한 시장 선점을 위한 “계획된 적자”란 논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어려운 시장 분위기를 뚫고 어느 쪽이라도 수백억원대 이상의 추가 투자 유치가 발표되면 그나마 시장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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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현재 업계 분위기로 볼 때 가능성이 높지 않다.
온라인 쇼핑 업계 관계자는 “수년 간 소셜커머스 3사의 치킨게임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지만 그 때마다 업체들은 계획된 적자라는 논리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언제든지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이유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얼어 붙은 투자 환경,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계속된 적자를 감수하기에는 기업과 투자사 모두에게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