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속 전자기기 데이터 복구 가능할까

메모리의 금 소재 와이어 부식 정도가 관건

홈&모바일입력 :2017/04/03 22:11    수정: 2017/04/04 09:50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목표 신항의 육상으로 옮기기 위한 막판 작업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세월호에서 수거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에서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의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데이버 복구는 가능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매우 조심스럽다.

기기의 상태를 직접 보고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휴대전화 기기에 쓰이는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끊겨도 정보를 저장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이기 때문에 기기 상태와 부식(와이어 코로존) 정도에 따라 데이터 복구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메모리 자체를 보드에서 분리해서 읽어내는 방식을 쓰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이크로 SD 카드 등 외장저장 장치의 경우 데이터 복구 가능성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사안인 만큼 섣불리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전자기기 포렌식 작업 모습.

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육상거치 전 무게 감량을 위한 천공(구멍 뚫기)작업이 진행 중인 세월호에서 휴대전화 1대를 비롯한 70여점의 유류품 등이 발견됐다. 펄 제거 작업을 하면서 그 안에 있던 휴대전화를 발견한 것이다.

관심거리는 바닷물 속에 3년 동안이나 잠겨 있던 휴대전화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담고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느냐다.

만약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다면 세월호 참사 당시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세월호 선체 안에는 CCTV 저장장치와 화물칸에 실린 차량들의 블랙박스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들 기기의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다면 사고 당시 침수 과정과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 해군은 참사 두 달 만인 지난 2014년 6월 세월호 3층 안내실에 있는 DVR을 수거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여기에는 참사 당일 오전 8시48분, 사고 직전 모습만이 담겨 이후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국내 반도체 업체에서 근무 중인 한 엔지니어는 "사출된 메모리 겉을 싸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 재질이다. 그 안에 메모리 웨이퍼(소자)가 있고 여러 개의 금으로 만든 와이어(다리)가 밖으로 나와 있다. 와이어는 보통 금으로 만드는데 부식 정도에 따라 데이터 축출이 가능한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 같다”며 "만약 부식정도가 심하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PCB(인쇄회로기판) 라인공정에 방수 공정이 있긴 한데 어떤 기기인지에 따라 다르다"고도 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다, 아니다라고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다"며 "기기 상태를 보지 않고 섣불리 말을 할 수 없다"고 신중한 의견을 피력했다.

종합해 보면 메모리나 CPU는 고집적 LSI 분야 반도체다. 보통 와이어에는 구리보다는 화학 물질에 안정적인 금이 많이 들어간다. 방수 코팅된 PCB는 물이나 커피를 쏟았을 경우 바로 닦아 내면 데이터 복원에는 문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3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과 진흙과 바닷물 염분 등 기기 부품의 화학적 반응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자통신기기 업체 관계자는 "부식 여부와 정도에 따라 데이터가 살아 있을 수 있다"며 "국내 포렌식 기술로 (국과수에서)한번 시도는 해 볼 만 하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과 사안이 워낙 중대해 된다, 안 된다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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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인 의견도 있다. 전자기기 업체 한 관계자는 "하드 저장장치(HDD)는 어렵지만 낸드 메모리 특성상 분리해서 원본 데이터를 읽어올 수 있다. 외장 메모리는 가능성이 더 높다"며 "수십년간 암매장된 사망자의 휴대폰에서도 데이터를 복구하는 것 처럼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직후 전담팀을 구성해 현장에서 수거된 휴대전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복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