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3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이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27부)에서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대가성 뇌물 공여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해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주범과 공범 관계로 향후 '최순실 게이트' 사건 재판의 핵심 사안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러나 한 발 더 들어가면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한푼도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뇌물이냐'고 부인하고, 또 다른 한쪽은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넨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가분의 관계지만 매우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다.
앞으로 재판에서 사상 유례 없는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불법적인 특혜를 받아 경영 문제를 해결할 생각과 시도 자체가 없었다"면서 "승마훈련과 미르-K스포츠 등에 대한 금품 제공과 경영 승계는 서로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뇌물 공여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검찰의 공소장을 적극 반박했다.
즉,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한 것은 당초 여러 명의 승마 유망주들을 지원하는 일종의 비인기 스포츠 육성 차원이었고 정유라 개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역시 사전에 최순실이라는 배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는 과거 역대 정부에서 하는 정치·사회·문화적 정책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를 뇌물공여로 본다면 노무현 정권 시절의 대중소기업 상생기금이나 이명박 정권의 미소금융재단, 청년창업 지원 펀드 등 과거 정권에서도 대기업의 많은 지원을 받은 정책도 모두 단죄해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 측의 논리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 영장를 청구하면서 삼성으로부터 두 재단의 기금을 걷은 사실에 대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의 혐의를 동시에 적용했다.
죄명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삼성이 최순실씨 일가을 지원했거나 지원하기로 약속한 298억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준 뇌물이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건넨 204억원은 대통령 강요의 성격이 짙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종의 '강요에 의한 뇌물'이라는 것인데 향후 재판부가 이를 법리적으로 어떻게 칼날처럼 명확하게 구분해서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명백한 물증이 없는 한 어디까지가 뇌물이고, 어디까지가 강요인지 정확하게 재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례적으로 내뱉은 언행이 보는 입장과 시각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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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입장에서는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이 수십년간 이어온 경제적 공동체와 뇌물과 강요라는 매우 복잡하고 갈피를 잡기 어려운 관계 속에 자칫 궁지에 몰리수 있다.
법원은 이날 새벽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최순실씨와의 공모 관계가 성립하고 구체적 범죄 혐의에 대해 소명, 증거 인멸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