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헌정 사상 첫 파면 대통령으로 전락한 지 21일만이고 전두환, 노태우 이후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세번째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8시간이 넘는 영장실질 심사 끝에 31일 새벽 3시3분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 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 발부 1시간 40분만인 4시 45분께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수수,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등 13개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법원이 박 전대통령의 구속을 결정했던 핵심 사유는 뇌물 수수 혐의와 사안의 중대성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대가로 298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53개 대기업들이 모두 744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도록 강요해 기업의 경영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게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 사유였다.
법원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와의 공모 관계가 성립하고 구체적 범죄 혐의에 대해 소명되고 증거 인멸이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히면서 검찰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법정에서 뇌물 혐의가 유죄로 밝혀질 경우 중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 소환 수사에서 구속까지 마무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대기업 수사를 어떻게 처리할 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각각 111억원과 45억원을 각각 출연한 SK와 롯데의 뇌물죄를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적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두 재단에 돈을 출연한 53개 기업에 대한 신병 처리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검찰은 재단 출연금과 관련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피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총수 로비'와 '면세점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SK그룹에 대해서는 이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재소환하는 등 대가성을 계속 들여다 보고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언제든지 다시 불러 추가 조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측은 이날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SK그룹은 그동안 "(면세점 재승인 세번 탈락 등)결과적으로 보면 알수 있듯이 재단 지원금은 관련 의혹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줄곧 해명해 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됨에 따라 뇌물 수수의 연결 고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중 조사 중에 이 부회장과 대질 심문이 이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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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특검이 내세운대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 승계를 돕기 위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여러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이 부회장에게도 치명타다.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공소장에 적시된 뇌물 수수의 구체성을 놓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