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력을 대륙의 실수라고 불렀다. 중국은 싼 임금으로 많이 만들기만 한다고 여겼다. 인더스트리 4.0을 한마디로 하면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쓰자는 것 아닌가. 중국이 제조에 소프트웨어와 컴퓨팅을 도입하고 있을 때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29일 지디넷코리아와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미래 모델' 컨퍼런스에서 “한국 제조업은 왜 힘들어졌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제조업 비중이 30% 가량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나라다. 한 분야의 산업이 안되면 다른 산업이 이끄는 식으로 한국의 제조업은 달려왔다. 하지만 세계 경제 최대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밀리고 있다. 정유, 철강, 조선 등 한국이 주도했던 산업은 중국의 등장으로 위상이 저하됐다.
김진형 원장이 제조업에 기댔던 한국 경제가 더 이상 버틸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중국 제조업에 내제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주목했다. 단순히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 등 비용의 문제와 자국 내수 시장의 규모 때문에 중국의 제조업이 앞선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진형 원장은 “한국 제조업이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이라고 하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는지 돌아보라”며 “미국과 비교하면 기계 산업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비율이 20%를 갓 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는 것만으로 IT 강국이란 허상에 빠져있었을 뿐,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 내재화는 매우 뒤쳐져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김 원장은 중국 산업의 발전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중국은 2000년 전후로 전국 전역에 소프트웨어 대학을 설치했고 연입학정원 2만명을 육성했다”며 “15년이 지난 지금 소프트웨어를 공부했던 이들이 산업 현장으로 나와서 창업은 물론 제조업의 혁신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신 자료를 언급하면서 중국에서 연간 쏟아지는 인공지능 딥러닝 관련 논문이 350편이 되고 미국이 200편을 넘는 수준으로 뒤를 잇고 있지만, 한국은 20편 남짓 나올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어느 나라보다 뜨겁게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제 수준은 매우 뒤떨어져 있고 국가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은 더 빠른 속도로 뒤처질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엣지 컴퓨팅이 필수인 이유2017.03.29
- "기계번역, 부품처럼 다양하게 활용될 것"2017.03.29
- "제조업의 미래, 있는 제품 잘 만들기 아니다"2017.03.29
- "인더스트리4.0은 오픈소스 클라우드로"2017.03.29
김 원장은 이에 “4차 산업혁명이 뭔지 냉정하게 바라보고, 우리에게 과연 기회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며 “분명 10년 전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팅 등 디지털 혁신 도입을 더 잘하려고 하고 있지만 지금의 변화 속도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의 특성 상 기술 변화와 전파, 또한 혁신이 또 다른 혁신을 만드는 속도는 핵분열에 비교할 수준”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것인데 대한민국은 적응하고 있는지 다시 고민해보라”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