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기업이 전보다 제품을 더 빠르고 똑똑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이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다. 다수 제조사가 생산 계획 프로세스와 관련된 숙제를 떠안고 있다. 해법은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방법론이다. 이는 자동화나 신기술 도입보다는 비즈니스 전략이나 사고방식에 가깝다. 제조 강국 독일에 본사를 둔 SAP의 메시지다.
SAP는 제조 기업의 숙제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다. 자신들의 방법론이 독일뿐아니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기업이 소재한 어느 나라에서든 통하길 기대한다. 한국 제조 기업들도 마침 '4차산업혁명'이라는 구호아래 비즈니스 전략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이들에게도 SAP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방법론이 길잡이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우선 SAP는 지난 2015년 10월 공식 뉴스센터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란 무엇인가'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회사가 바라보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의미를 간접 제시한 모습이다. 글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디지털화(digitize)를 수반하는 무엇이란 뉘앙스를 풍겼다. 스위스 세인트갈렌대학 월터 브레너 교수는 디지털화를 "적극적인 데이터 사용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촉진하고, 신규 프로세스를 만들고, 더 큰 효용을 만들고, 새로운 경영문화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디지털화하라"…SAP의 인더스트리4.0 방법론
이후에도 SAP는 디지털화를 강조해 왔다. 지난 2015년 11월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스마트매뉴팩처링월드2015' 컨퍼런스에 참가한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의 당시 발표자료에 담긴 핵심 또한 '가치사슬을 디지털화하라(Digitize)'는 주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SAP의 제조 기업 혁신 방법론은 한국에서 독일의 4차산업혁명처럼 회자되고 있는 '인더스트리(Industry) 4.0' 트렌드 대응 전략에 뿌리를 박고 있다.
가치사슬을 디지털화하라는 것은, 거칠게 도식화하면 이런 얘기다. 기존 제조 기업은 공장과 물류를 운영하고, 제품 생산 및 서비스 활동과 프로세스를 수행한다. 미래지향적인 비즈니스 혁신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각 구획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할 수 있다. 이로써 공장은 스마트팩토리로, 물류는 커넥티드로지스틱스로, 제품은 스마트프로덕트로, 서비스는 혁신된 서비스로 바꿔놓을 수 있다.
데이터인프라를 가치창출 전 과정에 깊이 통합하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화다. 이를 위해 제조 기업은 연구개발, 세일즈, 공급망, 매뉴팩처링, 애프터마켓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데이터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 자재 및 물류 창고, 제조 및 생산 설비, 차량과 선박 및 항만 등 운송망과 IT가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그림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IoT와 클라우드, 제조혁신 돕는 SAP 기술들
SAP는 자사가 인더스트리4.0 아젠다 핵심 참여 기업이라 선언했다. 스마트 생산 및 조달 솔루션(커넥티드매뉴팩처링), 실시간 물류관리(커넥티드로지스틱스), 예지정비솔루션(프리딕티브메인터넌스&서비스), 스마트팩토리용 클라우드(하나클라우드플랫폼포IoT)를 보유했다고 밝히고 있다. 제조기업 프로세스 혁신, 운영 최적화, 실시간 인텔리전스 확보, 제조비즈니스 재정의를 지원하는 포괄적 솔루션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커넥티드매뉴팩처링은 생산라인정보를 활용해 영업, 생산, 품질, 원가 의사결정을 빠르고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커넥티드로지스틱스는 창고 운영, 운송관리, 물류 추적 등으로 물류를 효율화한다. 프리딕티브메인터넌스&서비스는 센서데이터와 비즈니스데이터를 통합해 설비고장을 예측한다. 하나클라우드플랫폼포IoT는 이런 IoT환경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기 위한 인메모리 서비스형플랫폼(PaaS)이다.
SAP는 각각의 솔루션을 도입한 주요 고객 사례로 자동차 맥라렌, 보쉬, 닥터페퍼, 발레로, 지멘스 등을 열거했다. 또한 IoT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해 액센츄어, 시스코, 에릭슨, 화웨이, 인텔, 지멘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지난 1월 제조혁신을 위한 IoT제품군 'SAP레오나르도'를 추가로 내놨다. 그중 '커넥티트제품'은 스마트제품 생명주기관리, 소싱, 공급망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커넥티드자산'은 제조 및 유지보수 업무 프로세스 등의 고정자산을 추적, 관리, 분석한다. '커넥티드플릿'은 보유 운송자산의 서비스, 안전성, 물류 및 서비스품질 가시성을 높인다. '커넥티드인프라'는 물리적 인프라와 건설 및 에너지 그리드 등에서 디지털 인사이트를 확보한다. '커넥티드시장'은 지역 특성과 마케팅 인사이트를 고려한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한다. '커넥티드사람'은 개인화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구현한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으로 한국형 4차산업혁명 가능할까
SAP는 자신들이 인더스트리4.0 아젠다에 동참해 왔음을 강조하며 제조사들에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또는 디지털화를 주문하고 있다. 직접 제공하는 IoT 및 클라우드 기술을 그 실행 도구로 소개하면서다. 이런 SAP 메시지의 현실성은 얼마나될까?
광범위한 IoT와의 접목, 이 데이터를 처리해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의 필요성 자체는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로 뒷받침된다.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과거 SAP코리아에 재직한 경험도 있는 김은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기고 칼럼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오해'에서 인더스트리4.0과 스마트팩토리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구체화했다.
"시장의 수요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개별화된 개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도 수익성이 있도록 '개인화된 제품'을 효율적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집중적으로 관리되는 기존 제조 환경만으론 안된다. 사물인터넷 (IoT) 기반으로 제품과 기계·설비가 스스로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과 기계·설비에 권한을 위임하여, 분권화되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제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기반으로 한 지능화된 자동화가 갖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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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SAP 방법론으로 실제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는 사례들이 확인돼야 할 시점이다. SAP코리아에서도 이런 요구에 맞춰 오는 29일 지디넷코리아와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미래 모델' 컨퍼런스에 주제발표 연사를 참석시킬 계획이다.
이날 정대영 SAP코리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연사로 나서 '제조업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사례 및 SAP 솔루션'이라는 세션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독일 인더스트리4.0 아젠다 핵심 참여 기업으로 자부심이 남다른 SAP이 한국 제조 기업들에게 실용적인 4차산업혁명 미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프로그램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