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복지국가를 만드느냐, 경제도 추락하고 빈부격차만 커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어떻게 사회적 대타협을 준비하고,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를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과 과제를 제언하기 위해 5부 15편의 대형 기획시리즈 '리셋 IT 코리아'를 준비했습니다. 제1부 'IT 종사자들의 애달픈 현실', 제2부 'IT 중소기업의 애환', 제3부 '위기에 처한 제조업의 진로', 제4부 '중소 IT기업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에 이어 역시 3편으로 구성된 마지막 제5부는 ICT 관련 정부 조직 혁신에 관한 것입니다. [편집자주]
“현 정부에서는 끊임없이 ‘규제개혁’을 내세웠지만 ICT 기능이 각 부처에 흩어져 있어 주무부처 없는 설움을 톡톡히 치렀습니다. 이중규제에도 시달려야 했습니다. 자율규제로 혁신한다는 요구는 묵살당하기 일쑤였습니다.”(A 중소기업)
“ICT의 기술 발전 속도는 5G급인데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2G급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키워드로 꼽히는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관련 법제도는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B 벤처기업)
“지난 9년 동안 하드웨어 중심의 ICT 생태계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개발자들의 홀대와 푸대접은 여전하고, 그 원인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발주가 여전히 최저가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C 정보통신기업)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휴대폰은 감소세입니다. 여기에 ‘사드보복’ 얘기가 오가는 중국의 수출 부진은 뚜렷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휴대폰과 자동차 등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제조업을 공고히 하면서 모든 경제사회 분야의 인식기반을 바꾸는 방향에 맞춰져야 합니다.”(D 제조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지난 9년간의 정부 평가를 해달라는 말에 이처럼 쓴 소리를 쏟아냈다. 정보통신부가 방송위원회와 통폐합 돼 방송통신위원회로, 이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주무부처가 바뀌는 과정에서 ICT 기업들이 겪었던 우여곡절 탓이다.
독임제 부처가 합의제 기구로 바뀌면서 ICT 콘트롤타워 기능의 부재란 지적이 이어졌고, ICT 기능이 각 부처로 흩어지고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진흥과 규제 기능이 분리되면서 기업은 성장이 아닌 불편한 행정에 대응하느라 기업의 역량을 낭비해야 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ICT 분야의 경쟁력 순위에서도 잘 드러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나라 ICT 발전도와 경쟁력은 2014년 10위에서 이듬해 12위로, 지난해에는 13위로 하락했다. 또 ICT 수출액은 2013년 1천694억 달러에서 지난해 1천692억 달러로 감소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ICT 상황인식 부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ICT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전체 산업 환경과 사회 변화를 초래하는 촉매제입니다. 과거에는 ICT가 정책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었는데, 현 거버넌스 구조에서는 수단으로만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ICT 산업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것은 엄청난 오판으로 현실인식이 부족한 데 원인이 있습니다. 휴대폰과 반도체 등 일부에 편중된 불균형한 산업 구조, 소프트웨어 부문의 낮은 경쟁력, 외산 장비 일색인 인프라 구조 등을 감안했다면 ICT 산업에 더 집중했어야 합니다.”
■ ICT 강국 허울 벗어야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인프라를 바탕으로 ‘ICT 강국’, ‘ICT 테스트베드’로 인정받아왔다. KT를 비롯한 국내 이통사들은 오는 2019년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통신기술의 빠른 발전과 달리 지난 9년간 국내 ICT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OECD가 발표한 ‘디지털 이코노미 아웃룩 2015’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ICT 산업의 GDP 성장 기여도 2001~2007년까지 매년 평균 0.31%p 씩 증가했지만 2008~2013년 동안에는 0.11%P로 기여도 증가율이 급격하게 둔화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둔화폭이 미국 주요국과 비교해 가장 컸다. 이명박 정부 때 IT 홀대 현상이 반영된 수치인 것이다. ICT 부문의 투자 역시 2001년 GDP 대비 11%에서 2013년 2.1%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ICT 산업을 둘러싼 경제, 사회, 정책 환경 평가에서도 2008년 11위, 2014년 10위, 2015년에는 12위로 내려앉았다.
신민수 교수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영향력과 인프라에서는 GDP 상위 국가의 평균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정책이나 규제, 혁신 환경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정책, 규제 환경에서는 경쟁국인 일본, 영국, 싱가폴, 독일, 프랑스보다 낮아 143개국 중 42위, 규제 기관의 산업 갈등 해소 효율성은 82위, 규제 혁신은 113위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업의 역동성을 정부 정책과 규제에서 발목을 잡아왔다는 지표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야권에서 ICT 산업을 두고 ‘잃어버린 10년’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었으며 젊은이들은 도전했고 IT 경쟁력은 최상위권이었다”며 “하지만 지난 10년간 허송세월을 했고 선진국과 해와 주요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등으로 앞서가는 동안 까마득히 뒤쳐졌다”고 비판했다.
■ ICT 거버넌스 교체가 필요하다
이처럼 ICT 경쟁력이 하락하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ICT 거버넌스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위원회로 이원화되고 각 부처별로 쪼개진 ICT 거버넌스의 문제점으로는 ▲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부족 ▲독임제 부처와 합의제 기구간의 조화 부족 ▲정책 결정과정에 정치 개입 ▲분산된 거버넌스로 인한 협업 부재 ▲정책 기능보다 사법적 기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진흥과 규제 기능의 무력화 등이다.
특히, 현재의 칸막이식 ICT 거버넌스 체계로는 전 산업 분야의 혁신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와 학계, 그리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공통된 목소리다.
한 업계 전문가는 “ICT 정책과 규제 기능이 부처별로 파편화돼 있고 ICT 콘트롤 타워 역시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비효율성이 심화돼 있다”며 “특히 혁신적 서비스의 상용화를 위한 선제적, 체계적 대응에서도 부족하고, 방송통신과 ICT 진흥정책이 분산돼 있어 ICT 분야의 총체적 경쟁력도 저하돼 있다”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ICT 산업은 매우 중요하고 특수한 위치를 차지해 GDP 대비 비중이나 성장 기여도, 수출입 기여도 등의 측면에서 국민경제를 선도해 왔다”며 “하지만 거버넌스 혼선을 겪은 MB 정부 이후 경쟁이 약화됐고 미래부의 창조경제도 그 취지에 비해 과정이나 결과가 미흡했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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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IT기술 발전은 5G급 정부와 제도는 2G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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