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때 아닌 의류 건조기 바람이 불고 있다.
건조기는 영미권에서 생필품 수준으로 통하는 제품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미국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낯선 가전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가전업체들이 잇따라 제품을 출시하면서 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유통 업체 롯데하이마트의 건조기 매출은 지난 2015년 1월과 2월 두 달 동안 전년에 비해 300% 성장했으며 2016년 같은 기간에는 2015년에 비해서 200%나 증가했다.
■'LG·린나이·삼성' 건조기 삼파전…"시장 빠르게 성장할 것"
가전 업체들은 현재 다양한 건조기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 중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와 가스 건조기 제품 강자인 린나이, 그리고 후발 주자 삼성전자의 삼파전이 예상되며 건조기 시장의 판이 더욱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04년 국내 시장에 의류 건조기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LG전자는 지난해 또 다시 업계 최초로 히트펌프 방식의 전기 건조기를 선보였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한 LG 트롬 전기식 건조기는 히터 방식 대비 전기료가 절감되고 옷감 손상이 적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LG전자는 주말에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자사 제품이 현재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와 함께 건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린나이는 용량 4kg, 6kg의 가스 건조기 제품 두 종류에 주력 중이다. 린나이 관계자에 따르면 가스 건조기는 전기 건조비 대비 건조 시간이 2배 빠르며 건조 후에 살균 효과가 99.9%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만 건조기를 판매했던 삼성전자는 이달 초 건조기 제품을 출시해 국내 건조기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선보인 건조기 역시 전기 건조기다. 저온건조와 제습 과정을 반복하는 히트펌프(Heat-Pump) 기술을 적용해 고온열풍으로 건조하는 기존 방식 대비 옷감 손상을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 업계의 거성인 삼성전자가 시장에 진출해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LG전자, 린나이와 경쟁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덕분에 앞으로 건조기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사생활 중시하는 문화도 원인"
가전 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건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해가 갈 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는 미세먼지를 꼽을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2002년에 미세먼지 농도 최고치인 76을 기록했다가 꾸준히 낮아져 5년 전인 2012년엔 농도가 41까지 줄었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 미세먼지가 증가해 한국환경공단이 20일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81까지 올랐다.
미세먼지 예보 등급에 따르면 미세먼지농도 81은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이 제한되는 ‘나쁨’에 속한다.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오존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모두 전월 및 전년동월 대비 증가하는 추세다.
한 달 전에 건조기를 장만한 김선영씨㊺는 "미세먼지 때문에 빨래를 하고 난 후 바깥에 옷을 걸어두기가 겁난다"면서 "미세먼지도 깔끔하게 제거 가능한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들어 트렌드에 밝은 2,30대 젊은 층들의 건조기 수요 증가로 기숙사나 대학가 근처 코인빨래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건조기 제품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마켓 조사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가전 판매량 조사 결과 이들 연령 대의 건조기 구매율은 전년 동기 대비 338%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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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윤모씨㉘ 역시 대학생 시절 기숙사에 비치돼 있던 가스식 건조기와 같은 제품을 장만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건조기 사용 후 그 뽀송뽀송한 느낌을 잊을 수 없어 구매했다”며 “건조기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딱 좋은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건조기가 많이 팔리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문화가 사생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빨래를 널던 문화에서 사생활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며 "공동 주택에서 빨래를 널지 않는 미국과 닮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