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IT관련 스타트업이 대폭 늘어나면서 관련 투자 펀드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살펴보면 흑자를 내고 있는 사업과 업체에만 재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초기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은 보다 역량을 갖추고 생존을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 메리트가 높은 것이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초기에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스타트업 업체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민간자본 벤처펀드 신규 출자는 전년 대비 35.2% 증가한 2조 188억 원을 기록했다. 벤처펀드 조성액 민간자본 비중도 63.1%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8.1%p 증가했다.
■ 스타트업,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심화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일부 스타트업은 1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반면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규 스타트업은 투자사로부터 외면 받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어 추가 투자 필요성이 낮거나 기존 실적을 바탕으로 재투자를 원하는 곳은 투자가 수월해졌지만 실적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 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벤처캐피탈의 신규 투자는 1천57곳에 1조8천526억 원이 이뤄졌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한 수치지만 인기 분야인 바이오/의료 부문의 투자가 대폭 늘었을 뿐 ICT서비스 부문의 신규투자는 주춤하는 추세다. 게임 부문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체적으로 흑자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스타트업에는 투자가 몰리고 있다. 웹 콘텐츠 업체인 포도트리는 1천250억을 유치했으며 우아한 형제들과 레진엔터테인먼트는 각각 570억원, 500억 원을 투자 받았다.
웹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포도트리는 투자 전부터 일평균 매출 3억 원 이상, 누적 가입자는 950만 명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월 주문수가 830만 건으로 전년대비 67% 증가했으며 매출 역시 전년대비 43% 증가한 34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운영 중인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4년 100억 매출을 넘어섰으며 작년 7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소규모 개발사 또는 초기 투자를 원하는 스타트업은 운영자금으로 5000만 원의 투자도 받기 어려워졌다.
박진배 아이디어박스 대표는 "창업 후 5, 6년이 지났을 때가 시장에 대한 흐름을 알고 개발 노하우가 쌓이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시기“라며 ”하지만 이 때 정부의 지원도 끊기고 투자도 여의치 않아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투자 유치 힘들어진 스타트업
투자사가 수익성에 집중하게 된 배경에는 스타트업의 실패가 늘어나면서 성공을 통한 수익 창출을 보장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3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비트패킹컴퍼니가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10월 국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7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모바일게임 스타트업 플레이너리도 문을 닫았다.
비트패킹 컴퍼니는 광고기반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인 ‘비트’를 선보이며 6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2년 연속 구글플레이 올해의 앱으로 선정되며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증가하는 음원 저작권료가 광고 매출을 넘어서면서 매달 적자를 반복한 끝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플레이너리는 모바일게임 엔진을 자체개발 하는 등 높은 기술력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매출 부진으로 인해 퍼블리싱 계약이 취소되면서 운영이 악화됐다.
이처럼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은 후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 심리가 안정적인 업체를 지향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투자사가 요구하는 지표도 점차 중가 하는 추세다.
또한 벤처캐피탈과 은행권 등에서 우수한 스타트업을 찾기위한 근거로 재무제표 등 수익성을 확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창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팀과 사업의 가능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확보한 다수의 이용자 만으로도 수익화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익 모델과 재무제표까지 검증이 이뤄지는 등 투자의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은 "신규업체를 판단함에 있어서 수익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독자적 판단기준 보다는 검증된 업체에 따라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며 "2차 이상 투자가 쉬워지는 이유도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 정부지원사업, 특화 펀드 등 주시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업체 대표들은 초기 투자를 받기 어렵다면 정부 지원사업 또는 창업경진대회 등에 지원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정부 지원사업은 경쟁률이 높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별도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발 노하우와 평판을 쌓을 수 있고 투자나 대출과 달리 빚을 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원사업이나 경진대회 입상은 경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추후 투자를 받을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더불어 정부사업 수주를 원하는 스타트업이라면 국내 정세와 산업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사업은 산업 트렌드에 민감해 해당 산업으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해 국내에 일으킨 알파고, 포켓몬 등의 영향으로 인공지능,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에 정부사업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케이큐브벤처스 장동욱 투자팀장은 "특화 펀드는 초기 투자라고 하더라도 펀드 성향과 맞으면 투자를 유치할 확률이 높으며 투자 금액도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이 있어 이를 활용하면 투자 받기가 더욱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 등 글로벌 투자 주목
국내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적재산권(IP) 확보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에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 업체가 투자를 받기 유리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애니메이션 업체인 로커스가 중국 투자회사 투윈캐피털 그룹으로부터 250억원을 투자 받았다. 무협만화 열혈강호는 모바일게임업체 룽투가 한국 및 글로벌 모바일 게임 판권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다이아TV, 메이크어스, 콩두컴퍼니 등 국내 MCN 업체가 중국에 전용 채널을 개설하는 등 중국 진출에 앞장서고 있어 추후 투자 등 중국 자본의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탄핵과 조기 대선을 통한 새 정부 출범으로 사드 보복 조치 등 그동안 경직됐던 한중 관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업체라면 글로벌 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금액을 유치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전세계 시장에 한국산 화장품을 유통하며 자체 브랜드 상품도 제작하며 성과를 거둬온 미미박스는 지난해 8월 6천595만 달러 (한화 약 7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는 포메이션 그룹과 굳워터 캐피탈이 이끄는 ‘시리즈 C’ 투자로 홍콩, 유럽, UAE 등에 위치한 투자사가 참여했다.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서상봉 이사는 "미국과 중국은 최근 투자 열기가 줄어들었지만 전 세계를 기준으로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 일본 등 아시아지역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만큼 자신이 진행하는 사업과 맞는 국가가 있는지 파악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예상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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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②스타트업, 정작 필요할 때 투자 못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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