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정책을 여러 개의 부처가 상호 조정과 협의 하에 추진할 경우 이 과정에서 관장 범위의 중첩, 서로 다른 정책적 목표로 인한 이해 상출, 정책 재원의 배분 과정에서 나타나는 헤게모니 갈등, 이로 인한 정책 시행의 지체, 정책 시행이 실기하는 경우 발생하는 많은 사회적 비용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과제와 정부조직 개편 방향’ 토론회에 발제에 나선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ICT 관련 정부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면서 ‘독임제 ICT부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차기 ICT 정부조직 개편에서 ‘4차 산업혁명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키워드로 ‘소프트웨어(SW)-융합-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등을 제시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ICT 정부조직을 독임제나 합의제로 할 것이냐, 심의 등 일부 기능을 분리하는 2원화 구조로 가져갈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나뉘었다.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하드웨어(HW)는 잘 하는 나라인데 SW는 OECD 평균에도 뒤쳐져 있고 CPND에서도 콘텐츠, 플랫폼은 매우 부족하다”며 “최근에는 HW보다 SW, HW와 SW가 융합된 형태로 가고 있는데 HW의 우수성을 유지하면서 SW와 융합시키는 부분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CT 정부조직 개편에서 ICT 융합에 대해 어떻게 드라이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과거 정보통신부 때처럼 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ICT를 인프라로 인식하고 이를 융합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모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적 역기능에 대한 대비와 SW를 위한 벤처기업 강화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기존의 기술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 문화적 파급력을 감안해 이를 ICT 전담부처가 아닌 경제사회 전체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성엽 서강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가 미래를 기획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혁신이 필요한 사안이고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ICT 전담부처보다 기재부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학기술과 ICT의 분리 여부에 대해서는 “인적 문제가 일부 있지만 미래부에서 과학기술과 ICT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AI를 담당하는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며 필연적인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분리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정부조직 체계도 “공공성, 공익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통합이냐 분리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지만 방송과 통신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독임제든 합의제든 통합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융합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정언 KISDI ICT전략연구실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ICT가 핵심적 동인이라는데 공감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ICT 만으로 얘기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때문에 ICT 독립부처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해 냉담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ICT를 넘어선 정부조직이 있어야만 하고 과학과 ICT가 같이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현재 미래부의 정책기능 조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며 조직개편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개편을 얘기하기 전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냐를 먼저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현재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5년 뒤에는 또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고 혁신, 선도부처를 만드는 것은 현재의 미래부로도 가능하고 지능정보사회추진단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인터넷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경제로의 전면적 개편’이라고 정의하면서 ICT 정부조직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경제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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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성진 사무국장은 “디지털 경제를 기반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혁신적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신설이라기보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혁신 기능들을 모아서 디지털경제부를 만들어야 하고 경제부총리를 여기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ICT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허가산업에서 출발한 방송, 통신의 틀에 꿰어 맞추려고 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FCC와 같이 공공성에 대한 규제만 남기고 혁신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