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 인텔, 왜 자율차 승부수 던졌나

좀처럼 모험을 하지 않는 인텔이 거액을 투자했다. 자율주행차 기술 전문 이스라텔업체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약 17조5천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물론 뜻밖의 인수는 아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자율차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금액을 놓고 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인텔이 지불하기로 한 153억 달러는 48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2015년 또 다른 반도체기업 알테라를 167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주당 인수가격 63.54달러는 모빌아이의 지난 10일 종가에 34%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다. 인텔이 모빌아이를 손에 넣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인텔은 왜 모빌아이를 거액에 인수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자율차 시장을 염두에 둔 조치다.

■ 자동차는 움직이는 서버…"하루 4테라바이트 데이터 쏟아내"

그런데 왜 하필 자율차 시장일까? 물론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자율주행차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7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자동차 내 소통 시스템, 광고 등 다양한 영역이 포함돼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자동차를 비롯해 자율 알고리즘, 디지털 지도, 센서까지 여러 영역을 포괄한다. 이 모든 것들은 인텔에겐 새로운 시장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이 대목에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크르자니크는 13일(현지시간) 모빌아이 인수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자동차는 바퀴 위에 있는 서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 얘기가 더 눈길을 끈다. 크르자니크는 “자율주행차 한 대 당 하루 평균 4테라바이트 가량의 데이터를 쏟아낸다”면서 “따라서 (자율차는)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이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을 놓고 보면 인텔이 왜 모빌아이 인수에 공을 들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모빌아이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바탕을 둔 차량용 카메라와 센서 등을 생산한다. 이 시스템들은 보행자와 자동차, 신호등을 감지해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모빌아이는 이런 제품을 앞세워 전 세계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및 출동방지시스템 시장을 70% 가량 점유하고 있다.

게다가 모빌아이는 BMW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자동차업체 2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인텔 내부에 있던 자동차 관련 팀들은 이스라엘에 있는 모빌아이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IT 매체 리코드가 전했다. 그곳에서 지브 아비람 모빌아이 CEO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 PC시대 강자, 자율차로 옛 영광 회복할까

PC시대 강자였던 인텔은 시장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바뀐 이후 예전의 위세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모바일 시장 대비가 한 발 늦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지 않은 건 아니었다. 웨어러블,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성공한 영역은 많지 않은 편이다.

자율주행차는 인텔로선 또 다른 도전 영역인 셈이다. ‘움직이는 서버’나 다름 없는 이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부적인 요인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퀄컴을 비롯한 반도체 강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율주행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지난 해 10월 NXP반도체를 470억 달러에 인수했다. NXP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업체다.

또 다른 반도체업체인 엔비디아 역시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인 오토파일럿에 칩을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테슬라는 지도 기술도 갖고 있다. 인텔 입장에선 경쟁의 중심이 자동차로 넘어갈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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