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대기업 수사…재계, 피로감 호소

검찰 수사 앞두고 '언제 경영 하나?' 한숨

디지털경제입력 :2017/03/14 09:18    수정: 2017/03/14 09:55

재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예상되는 검찰의 대기업 뇌물공여 수사와 관련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박 대통령-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검찰과 특검을 오가면 진행된 대기업 수사가 핑퐁게임 하듯 장기간 이어지면서다. 지난해 11월부터 따지면 검찰과 특검 수사는 무려 다섯 달째 지속되고 있다.

이 기간 중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금금지 조치로 발이 묶인 주요 기업 총수들은 특검 종료 이후에도 풀리지 않아 속앓이를 하며 전전긍긍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와 중국 사드 보복 등 외부 변수가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여서 기업들의 시름은 갈 수록 깊어지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들어섰지만 재계는 여전히 검찰 2기 특별수사본부의 뇌물죄 수사를 앞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검찰이 삼성 이후 표적으로 겨누고 있는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출국금지와 수사 확대로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배터리 제조공장 설립과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인수전 등 시분을 다투는 경영 현안이 산적해 있다.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THAAD) 보복 조치로 현지 매장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은 정부 차원의 별도의 대책을 요구할 정도다.

더구나 이들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건네진 기업 출연금이 검찰에서는 강요죄로 판단됐지만, 특검에서는 뇌물죄로 재판에 넘겨줘 향후 검찰의 수사가 어디로 향할 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대통령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강요죄냐, 뇌물죄냐는 앞으로 진행될 개별 형사 재판이나 검찰의 수사에서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의 경중(輕重)을 따지는 데 가장 핵심적 기준이다. 따라서 이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로 재판을 진행 중인 삼성을 비롯해 SK, 롯데, CJ 등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된다는 점도 이들 기업들에게는 부담이다. 자칫 박 전 대통령 수사와 청와대 압수 수색으로 새로운 증거나 정황이 나오면 뜻 밖의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은 '나랏일 한다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강압과 강요에 못 이겨 지원금을 출연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재단 출연금과 관련)크게 엮인 기업이든 적게 엮인 기업이든 검찰의 수사가 다시 시작되면서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라며 "오랜 기간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이 다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사건이 검찰과 특검을 돌고 돌아 다시 검찰로 오면서 피로감이 적지 않다"며 "더구나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예상돼 기업들의 절름발이 경영이 더 길어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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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최순실씨가 설립,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낸 기업은 모두 53개에 달한다.

한편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박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내내 최서원(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허용해 사익 추구를 돕고 차후 이를 은폐하려고 했으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기업은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