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다음은 ‘소통혁명’이어야 한다

[이균성 칼럼]4차산업혁명과 시대정신

방송/통신입력 :2017/03/10 17:02    수정: 2017/03/10 17:02

매섭게 추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긴 겨울이 지나고 기어코 봄은 또 오고야 말았다. 언 땅이 녹고 꽃이 다시 핀다. 자연은 그렇게 어김없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자연(自然)’스럽다. 강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마땅하다. 그게 자연이다. 인간 역사도 그렇다. 방향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그 무리는 심각하게 역주행했다. ‘반동(反動)’이다. 탄핵 결정은 ‘민심의 강물’이 이미 쓸어버린 반동세력에 대한 제도적 청소일 뿐이다.

대통령과 그 모리배들이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하기 전에도 세상은 이미 ‘혁명 전야’였다. 4차 산업혁명.

이 혁명은 과거의 군사정치적인 혁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과거 혁명처럼 세력을 모아 힘으로 구체제를 전복시키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힘보다는 대타협을 위한 소통이 키워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중인 국회 모습 (사진=국회TV)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굳이 ‘혁명(革命)’으로 정의하는 까닭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경제와 산업 구도가 급변하고 노동의 본질까지 변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인다 해도 대타협이 없다면 사회는 더 끔찍해질 수 있다. 기술 발전 → 노동 소외 → 소비 위축 → 경기 침체 → 노동 소외……. 최악의 악순환이다.

대타협은 비단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전통 산업과 신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건물주와 세입자, 공무원과 민원인……. 대타협으로 풀어야 할 갈등 요소가 사회 구석구석에 널려 있다.

파면 사유는 다양하겠지만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이처럼 엄중한 혁명의 시기에 사회적 대타협의 지휘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 소통은커녕 되레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이용해 한 줌도 안 되는 모리배로 하여금 사익을 챙기도록 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끝내 잘못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피해자 코스프레’를 펼치며 탄핵 반대 세력의 불복종 심리에 불을 붙이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그에겐 모든 조언이 쇠귀에 경 읽기였을 뿐이다.

그가 퍼질러놓은 적폐를 청산하고 막중한 4차 산업혁명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숙제는 이제 ‘촛불 민심’을 떠안아 출범할 차기 정부에 고스란히 떠넘겨졌다. 4차 산업혁명은 그렇잖아도 지난한 과제인데 그가 마지막까지 불 질러 놓은 분열 책동 때문에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차기 정부에 딱 세 가지만 주문하고 싶다.

첫째, 소통이다. 모든 혁명이 그렇듯 4차 산업혁명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온갖 주체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혁명인 이 혁명이 반드시 사회혁명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둘째, 원칙이다.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원칙 없는 소통은 되레 갈등을 더 증폭시킨다. 급격한 기술 발전 시대에 공존공영을 위해 대타협을 이룰 수 있는 커다란 원칙이 필요하고 그것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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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배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는 까닭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부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약자에 대한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험난한 파고를 결코 피해갈 수 없다. 새 정부가 이 세 가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경우 사회 갈등은 더 커질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외면한다면 또 다른 박근혜 정부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