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각사 자율경영…새 시험대 올랐다

'그룹 두뇌 역할' 미전실 해체…영향 분석 분분

디지털경제입력 :2017/02/28 16:27    수정: 2017/03/02 08:18

삼성이 창자를 끊어내는 심정으로 초강경 쇄신책을 내놓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79년 그룹 역사 속에서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 삼성이 28일 경영 개혁의 일환으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해체하기로 했다.

미전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삼성의 초고속 성장과 세계 일류화를 이끌어 왔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라는 뜻밖의 정치적 풍파를 맞아 사형 선고를 맞게 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창자를 도려내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들의 말을 빌면 앞으로 각 계열사를 컨트롤 하는 조직이나 인력은 삼성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 삼성이 숱한 난관을 헤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과거 미전실처럼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거나 경영 철학을 전 계열사에 옮기는 조직은 물론이고 그룹의 2인자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비롯한 미전실 7개 팀장이 전원 사임한 것도 1인 총수 체제 시대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 서초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그룹 사령탑인 미전실 해체가 담고 있는 함의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우선 대외적으로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변화와 개혁에 나서라는 사회적 요구에 삼성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을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이를 공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1천만원 이상의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해서 사전 심사를 하는 '심의회의'도 신설키로 했다. 또한 국회나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관 업무도 완전히 없앴다.

이는 이번 총수 구속의 발단이 된 대외 후원금 운영의 투명성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때만 되면 이런 저런 명목으로 손을 벌리고 안 주면 압력을 행사하거나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일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에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진실 해체는 또한 과거 삼성을 지배하던 선대 회장들의 경영 리더십이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새로운 질서 위에 다시 세워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3년째 자신의 경영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말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이사회 중심의 '이재용式 실용 경영'의 뜻을 펼치려 했지만 곧바로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삼성은 이번 미전실을 해체를 계기로 과거 선단식 수직 계열화된 경영 구조를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상명하복 톱-다운 방식의 수직적 내부 조직 문화도 바툼-업 등 상하 소통이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창의적 능력을 고양시키는 좀 더 젊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화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일부로 직원간 전통적 호칭 변화 등 새로운 인사 제도를 시행한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전실 해체가 삼성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출 400조, 임직원 50만명의 거대한 삼성을 이끌어 오던 조직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일시적인 혼란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리더십이 사라진 삼성이 자칫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를 둘러 싼 글로벌 경쟁 환경은 녹록치 않다.

이미 포화 단계인 스마트폰 사업은 애플과 중국 업체 사이에 끼여 있다. 전 세계 시장 지배력도 예전만 못하다.

반도체는 중국의 추격으로 언제 뒷덜미를 잡힐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은 무섭다.

업계는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 정도 보고 있다.

삼성이 최근 세계적인 전장기업인 미국의 하만을 인수한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반도체는 쫓기고 스마트폰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경영 수뇌부들이 재판에 넘겨진 마당에 미전실까지 해체되면서 각 계열 전문경영인이 이 같은 미래 성장동력에 선행적으로 투자하는 결단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적지 않다.

또한 어느 계열사가 어렵다고해서 이쪽 자원을 빼서 저쪽을 메우는 조율과 시너지 작업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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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이 강화되면 자기 관점에서 이윤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의 특성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영 현안이 장기간 꼬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57개, 전세계 2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이 컨트롤타워 없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며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혼란을 최소화할 구체적인 방안이 각 계열사별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