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시장에 '중국발 태풍'이 몰려온다. 국내 강자인 카카오페이가 중국업체 알리페이와 손을 잡으면서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카카오는 분사 예정인 카카오페이가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으로부터 2억 달러(약 2천300억원) 투자 유치를 통해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알리바바 그룹 관계사인 앤트파이낸셜은 글로벌 시장에서 약 4억5천만 사용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알리페이와 손을 잡은 카카오페이는 오는 4월경 카카오에서 분사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지난 1월 이사회에서 핀테크 사업부문 분사를 결정했다. 카카오페이 자본금은 57억원 규모며, 대표는 류영준 핀테크사업 총괄 부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 카카오페이, 거래 규모 ‘껑충’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와 손을 잡게 되면서 당장 달라지는 건 카카오페이의 결제규모다.
1천400만 명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의 누적 거래액은 1조4천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카카오페이와 국내 알리페이 합산 거래액은 2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807만 명에 달한다. 통계상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총 외국인 관광객 중 거의 절반이 중국인이었다.
이들이 한국을 찾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수단이 바로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다.
알리페이는 현재 국내 가맹점 3만4천개를 갖고 있다. 이번 제휴로 카카오페이는 '요우커'로 통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거래액을 끌어안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은 다른 나라 관광객들에 비해 1인당 평균 지출액이 많은 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2015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항공료 포함)은 331만원으로 조사됐다. 일본 107만원, 기타 아시아 여행객 154만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카카오페이,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 유리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만남은 온라인에 비해 확장하기 쉽지 않은 오프라인 가맹점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알리페이 가맹점이 곧 카카오페이 가맹점이 되기 때문.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신규 가맹 계약을 맺는 데 망설일 이유가 훨씬 줄어들게 된다.
2016년 말 기준 카카오페이 가맹점 수는 1천700곳. 경쟁 서비스 네이버페이 13만개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알리페이와의 제휴로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앞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한류 상품을 직접 카카오페이와 계약된 한국 사이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는 점도 이번 제휴로 얻을 수 있는 효과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와 가맹 계약된 티몬에서 알리페이로 상품을 구매하고,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상품을 익일 배송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국내 이용자들은 알리페이와 가맹 계약된 해외 사이트에서 원하는 상품을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분사해 기업가치 평가를 받게 되면 이 중 2억 달러 만큼의 지분을 앤트파이낸셜이 갖게 된다”며 “카카오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갖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하고 있는 앤트파이낸셜과 다양한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앤트파이낸셜은 결제 뿐 아니라 택시 호출, 호텔 및 병원 예약, 영화 예매, 공과금 납부 등 생활 서비스를 비롯해 자산관리 등 각종 핀테크 사업을 운영 중이다.
■ 낮은 수수료로 매출 확대는 “글쎄”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협업이 거래액 증가엔 도움이 되지만, 낮은 수수료 때문에 카카오의 수익성 측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2일 투자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의 거래액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낮은 수수료율 때문에 매출 기여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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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연구원은 "카카오는 알리페이의 국내 가맹점을 활용해 핀테크 사업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페이 가맹점수는 1천700개로 경쟁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의 13만개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외 거래액의 가파른 증가에도 결제 수수료율이 0.2~0.3%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매출 기여는 미미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 체결이 단기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투자 적기는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