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17일 법원에서 발부됨에 따라 삼성은 창사 이래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그룹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경영 공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특검 수사 이후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혁신 구상이 멈춰서게 됐다.
모든 경영 시계도 제로다.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 하나도 없다.
최지성 부회장 등 미래전략실 경영 수뇌부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너십이 뿌리째 흔들린 삼성으로서는 장단기 투자 및 해외 인수 합병, 지배구조 개편 등 핵심 미래 사업들이 올스톱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마무리했어야 할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 타이밍을 놓고 고심해 왔다. 우선 인사가 이뤄져야 신사업 계획 등 올해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장단기 투자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사장단 및 임원 정기인사, 조직 개편, 인사채용 등 경영 현안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에 오는 17일(현지시간) 주주 총회가 예정된 미국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8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은 하만 인수 작업은 일부 주주들이 주당 인수가격이 낮다며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난항을 예고해 왔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대외 신인도도 하락하면서 다수의 해외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래 성장 사업도 불투명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글로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의 인수와 투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삼성넥스트(엣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을 진두지휘해 왔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특검 이후 뼈를 깎는 경영 혁신으로 신뢰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 나려던 이재용 부회장의 꿈이 일단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자부심의 상징인 미래전략실까지 해체하는 총강수를 두면서 삼성에 경영 혁신의 칼을 빼려고 준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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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과거 선단식 수직 계열화된 경영 구조를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자율과 독립·수평 경영 구조로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 또한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 방식을 도입해 글로벌 일류기업의 위상에 걸 맞는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했다. 그러나 법원의 구속 영장 발부로 이 부회장은 자신의 '실용 경영'을 잠시 접어두게 됐다.
이 부회장의 유고로 삼성은 당분간 각사의 전문 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로 움직일 전망이다. 사장단 협의 체제를 통해 그룹 현안을 챙기고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별 '각자도생'이 불가피한 셈이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해체가 공식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