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에 대가성 특혜자금 지원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뇌물 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사무실에 다시 출석했다.
지난 달 12일 1차 소환 조사 이후 32일만이다.
이날 9시 26분께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밝힐 것"이라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종결을 앞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달 1차 소환 당시 이 부회장이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 대가성 특혜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달 18일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다음날 새벽 법원으로부터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당시 법원은 뇌물죄 성립의 핵심 사안인 부당한 청탁이나 대가성 지원에 대한 특검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은 뇌물 수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최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까지 발부하면서 소환 조사를 벌였지만 최씨의 묵비권 행사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예정됐던 특검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도 불발됐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이에 특검은 이날 재소환된 이 부회장을 상대로 지난 3주간 벌인 보강 수사에서 새롭게 포착된 정황을 집중 추궁하고 영장 재청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은 2015년 7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해소에 따른 지분 매각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특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합병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을 보유하던 삼성SDI에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1천만주 처분 결정을 내렸다가 청와대의 외압을 받고 그 절반인 500만주로 줄여줬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지난 8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집을 압수 수색하고 김 전 부위원장과 공정위 실무자들을 조사했다.
삼성은 공정위 순환출자와 관련 이미 지난 9일 밝힌 바와 같이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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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서도 "지난 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는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한 바 있다"며 "금융지주회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 측은 "각종 특혜 관련 보도와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뭐라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