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사업 구조 고도화에 전력하고 있다.
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간주되는 화학/전지, 바이오(Bio), 자동차 부품(VC)에 더해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을 추스르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 구조 고도화에는 '일등 LG'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녹아 있다. 최고 경영층이 앞장서 '지금이 적기'라며 채찍질이다. 과거 '기다리던 LG'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구본무 회장은 최근 창립 70주년을 맞이해 최고경영진과 함께 한 만찬 자리에서 "올해 사업구조 고도화의 속도를 더욱 높여 반드시 주력사업을 쇄신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내 2인자이자 신성장 동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 18일 글로벌 CEO 전략 회의에서 "사업구조 고도화를 한층 더 체계화해야 하고, 제대로 된 경영혁신 활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엔 공격적인 경영 행보도 취했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LG실트론 지분 51% 전량을 6천200억원을 받고 SK그룹에 매각했다.
글로벌 업계 5위 수준인 LG실트론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누적 매출액 6천212억원, 영업이익 20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사업 진출이 빨라지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관련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는 업황을 볼 때 남 주기엔 아까운 구석이 있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그룹 수뇌부는 과감히 매각을 선택했다.
2~3년전 만해도 반도체 사업에 대한 미련과 회한을 드러내던 때와는 완전 딴 판이다. LG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5대 기업 빅딜(사업 교환) 정책에 따라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겼다. 이후 (주)하이닉스반도체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다.
LG그룹은 최근까지만 해도 반도체 공장은 없지만 관련 설계와 소재 등 관련 연구 인력과 자원을 그룹 내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반도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곤 했다.
LG그룹이 그런 LG실트론을 매각하고 사업 고도화에 나선 이유는 정말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 작용한 결과는 평가다.
최남선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LG는)기존에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 매각 대금을 합치면 약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을 손에 쥐게 됐다"며 "구본준 LG 부회장의 리더십이 가미된 LG의 경영 전략은 구조 개편 관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유형의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LG가 1조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각 핵심 계열사별 사업 고도화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180도 바뀐 선택과 집중, '일등 LG' 경영 빛날까
이는 LG그룹 계열사들의 사업 부문별 조직개편을 살펴보면 더 확연해 진다.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LG화학은 최근 LG생명과학을 합병해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LG생명과학 조직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로 운영하기로 하고 박진수 CEO 겸 부회장이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을 직접 겸임한다. 또한 20분 충전으로 500Km 가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전념 중이다. LG화학은 2세대(주행거리 300Km 이상)와 3세대 전기차를 기반으로 오는 2020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매출 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뿐만 아니다. LG화학은 약 250억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연간 400톤 규모 탄소나노튜브 전용 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등 차세대 유망 신소재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에 전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5개 사업부를 TV, IT ,모바일 등 3개 사업부로 재편했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다.
자동차 부품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VC 사업부는 LG화학의 배터리, LG디스플레이의 전장 모듈 사업과 결합해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력과 부품 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살아야 '만사형통'
당장 시급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정상화에도 그룹의 모든 관심과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4천6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손실액은 무려 1조 2천59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매출 55조3천670억원과 영업이익 1조3천378억원을 기록한 LG전자 입장에서는 장기간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다. 스마트폰 사업 특성상 플래그십 모델이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차기작 개발과 마케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LG전자 입장에서는 일단 내달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되는 G6 모델을 500만대에서 600만대 이상 팔아야 한다. LG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약 5천600만대 수준이다. 과거 단일 모델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은 G3다. 당시 파생 모델까지 포함해 약 1천만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LG전자 관계자는 "G6 모델은 전작 모듈형 G5와 달리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반영한 제품"이라며 "제품 출시 전이지만 국내외 통신사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G6의 성공이 현 적자구조를 단박에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MC사업부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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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스마트폰 G6는 배터리 열을 빨리 내보내는 히트 파이프(Heat Pipe) 기능 등 제품 완성도와 카메라·AI 등 새로운 UX(사용자경험)을 한층 강화하고 깔끔한 메탈 글래스 디자인을 채택했다.
그룹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잘 돼야 그룹의 모든 것이 풀린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