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산란 조정, 3차원 홀로그래픽 난제 풀었다"

KAIST 박용근 교수팀, 디스플레이 2천배 이상 개선

과학입력 :2017/01/24 09:51

최경섭 기자

기존 3차원 홀로그램 성능의 수천배 이상 개선된 디스플레레이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KAIST(총장 강성모)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KI 헬스사이언스 연구소)은 성능이 2천 배 이상 향상된 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무 안경 홀로그래픽 기술의 큰 문제점이었던 제한적인 영상 크기와 시야각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3차원 홀로그램은 대중에게 친숙한 기술이지만, 영화 속 홀로그램은 컴퓨터 그래픽 효과로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 기술로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계는 2차원 영상 두 개로 착시 효과를 활용하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들은 3차원 이미지 대신 두 개의 서로 다른 2차원 이미지를 눈에 투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개념도

3D 안경 등 특수 장비 없이도 볼 수 있는 3차원 홀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광파면 조절기'(빛이 퍼져나가는 방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광학제어장치)를 이용해 빛의 방향을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공간광파면 조절기를 3차원 디스플레이로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픽셀의 개수이다. 최근 각광받는 고해상도 모니터의 많은 픽셀 개수 조차도 2차원 이미지에만 적합할 뿐 3차원 이미지를 만들기에는 정보량이 매우 부족하다.

이 때문에 기존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3차원 영상은 크기 1cm, 시청 가능 각도 3도 이내 수준으로서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간광파면 조절기만 사용하는 대신 간유리를 추가적으로 활용해 빛을 무작위로 산란시켰다. 무작위로 산란된 빛은 여러 방향으로 퍼지기 때문에 넓은 각도에서 시청 가능하고 영상 크기도 확대된다.

하지만 무작위한 패턴을 갖기 때문에 특별한 제어 없이는 3차원 이미지를 볼 수 없다. 연구팀은 빛의 결맞음(파동이 간섭 현상을 보이는 성질) 현상을 수학적인 상관관계를 활용해 빛을 적절히 제어해 문제를 해결했다.

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원리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가로, 세로, 높이 2cm 영역에 약 35도의 시청각을 갖는 3차원 이미지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공간대역폭 보다 약 2600배 이상 향상된 결과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공간광파면 조절기에 간유리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제작이 가능해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장치와 결합해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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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작업에 1저자로 참여한 유현승 학생은 “물체의 인식을 방해한다고 여겨진 빛의 산란을 적절히 이용해 기존 3차원 디스플레이 보다 향상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며 “특수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실용적인 디스플레이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1월 24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