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20만대 실험…원인은 결국 배터리

방수방진·홍채인식·SW 등 모든 추정 원인 조사

홈&모바일입력 :2017/01/23 17:23    수정: 2017/01/24 09:41

정현정 기자

4개월, 700여명의 개발자 투입, 조사에 사용된 완제품 시료 20만대, 배터리 3만개…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말 잇따른 발화 사고를 일으킨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문제를 인식한 후 오늘(23일) 최종 발화 원인을 발표하기까지 자체 조사에 투입한 자원들이다. 지난해 9월 조사 9일 만에 원인을 '배터리셀 자체 결함'으로 규정하고 전량 리콜을 결정한 이후에도 발화 사고가 이어지자 결국 10월 제품 단종을 결정하며 지난 3개월 간 재차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도 원인은 역시 배터리였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23일 삼성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수 개월 간 원인 규명을 위해 원점에서부터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은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최종 분석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지난 수 개월 간 발화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시장에서 추정하는 여러가지 원인에 대해 모든 가설을 열어두고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갤럭시노트 제품 20만대, 배터리 3만개로 진행한 대규모 충방전 실험을 통해 발화 현상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 결과 갤럭시노트7에 탑재된 A배터리(삼성SDI)와 B배터리(중국 ATL)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발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삼성SDI의 경우 배터리 우측 코너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이, ATL 배터리는 비정상 융착돌기, 절연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의 조합이 배터리 내부 단락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의뢰한 외부 조사 전문기관의 결론도 동일했다.

미국 UL과 엑스포넌트(Exponent), 독일 TUV라인란드 등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분석에 참가한 해외 전문기관들 분석 결과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모아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수 개월 간 원인 규명을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제품 뿐만 아니라 각각의 검증 단계와 제조 물류 보관 등 전 공정에서 원점에서부터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특히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 시장에서 발생한 소손 현상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규모의 재현 테스트 설비를 구축해 사용자 조건과 유사한 환경 하에서 충방전 테스트를 통해 소손 현상을 재현했으며, 이를 통해 정확한 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시행한 갤럭시노트7 대량 충방전 검사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유선과 무선에서 각각 고속 충전 기능을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를 비교했고, 고속 충전의 전류와 전압에 변화를 주면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또 방수 기능의 원인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백커버를 장착한 상태와 않은 상태에서 각각 충방전을 반복 시행해보기도 했다. 아울러 새로 탑재된 홍채 기능이 영향을 미쳤는지 보기 위해 홍채 인식을 할 때 사용되는 전류량을 보았고 USB 단자에 4000볼트 이상에 정전기 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소손의 원인을 끼쳤는지 살펴보기 위해 기본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이나 다운로드 한 서드파트 애플리케이션들이 과다한 소모 전력을 발생시키는지 원인 뿐 아니라 과전류 소모 실험을 진행했다.

고동진 사장은 “세간에서는 방수방진기능을 강화하다보니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 배터리 보호회로나 전력관리칩(PMIC),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잘못된 게 아니냐, 배터리 공정 상에 세트 압착 하는 과정에서 배터리가 스트레스 받은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었다”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심지어 백커버를 열고도 테스트를 해보고 배터리를 압착하지 않고 세트에 살짝 걸어두고 테스트 하고, 배터리만 가지고도 테스트를 해봤는데 이 결과 모든 원인이 발화와 연관성이 없음을 확인했고 외부 전문분석기관과도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게 됐다”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판, 음극판, 그리고 이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분리막으로 구성돼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내부 단락현상은 젤리롤 안의 분리막이 손상돼 음극판과 양극판이 만나게 됐을 때 발생한다.

정밀 분석 결과 삼성SDI 배터리와 ATL 배터리에서 서로 다른 원인으로 단락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삼성SDI의 경우 우측 상단에서 음극판 눌림 현상에 따른 소손 현상이 발견됐다. ATL 배터리는 양극핵과 접하는 음극핵에서 구리 성분이 녹아있는 현상을 공통적으로 발견했고 주요 원인은 양극탭을 부착하는 초음파 융착 과정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으로 큰 융착 돌기가 분리막을 뚫고 음극 기재막을 단락 시킨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절연 테이프가 미부착된 배터리도 발견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조사 결과 (자료=삼성 뉴스룸)

갤럭시노트7 조사에 참여한 UL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배터리 디자인 상에서 분리막이 얇아지면서 제조 결함에 대한 내성이 감소되는 영향이 있고 전력 밀도의 상승도 배터리 소손 정도를 강화시킬 수 있다”면서 “소손의 주요 메커니즘은 절연테이프 미부착, 탭 상이 날카로운 돌기, 얇은 분리막의 세 가지 요인이 결합돼 음극 탭과 양극 간 외부 단락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배터리 디자인 및 제조 공정 이슈가 노트7 소손을 유발했다는 것이 저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검증, 물류까지 전 물류 관점에서 배터리 및 완제품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장, 이송, 보관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특히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검인증 기관 TUV 라인란드가 배터리 물류 시스템과 폰 조립 공정 운영 상의 배터리 안전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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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거 쿤츠 TUV 라인란드 부사장은 “베트남 조립 라인과 한국에 있는 주 제조라인을 분석한 결과 취약성과 관련한 우려 사항이나 기타 가시적으로 배터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창고와 조립 라인 사이에 수송 과정에서 안전성이 변화하는지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 간의 수송 경로 상 다섯 개 지점에서 150개의 시료를 체취해 검사한 결과 스트레스를 가했음에도 관련 안전기준을 통과해 안전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고동진 사장은 “700여명의 개발자들이 투입됐고 저 자신도 4개월 넘게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임원 및 개발자들과 원인을 분석하는데 주력하면서 모든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탐색적으로 접근하면서 전문가 자문을 받고 다음부터 배터리 문제 해결 방법을 지난 10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왔다"면서 "모든 무선사업부 임직원들이 갤럭시노트7 이후에는 이러면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지며 주말 없이 때로는 밤을 새워가면서 분석해왔으며 이같은 의지를 차기작에 모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