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밤새 초조한 심정으로 총수의 구속 여부를 지켜보던 삼성그룹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5시쯤 이 부회장에 대한 장시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 끝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요청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한마디로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들이댄 뇌물공여죄 혐의와 수사 내용에 대해 법정 다툼의 여지가 있고 삼성 측의 방어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1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약 4시간 동안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해 왔다. 이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 직후 이 부회장은 곧바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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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전자는 일단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됐다. 삼성은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특검 수사를 앞두고 올해 사장단 인사와 사업 계획 수립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작년말 9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한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의 마무리 인수 작업 등 글로벌 경영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왔다.
반면 박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에 속도를 내던 특검은 글로벌 기업인을 무리하게 구속 수사하려 했다는 비난과 함께 추후 수사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특검은 늦어도 2월 초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이었지만 수사의 핵심 동력이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