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에 선 삼성...이재용 구속여부 촉각

4차산업혁명 시대 신성장 사업 올스톱 위기

디지털경제입력 :2017/01/18 10:56    수정: 2017/01/18 17:30

삼성 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사업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구속이 현실화할 경우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 사업에 발목이 묶일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대외 신뢰도 하락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부장판사 조의연)은 18일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벌이고 있다.

이르면 이날 자정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삼성으로서는 만약 이 부회장에게 청구된 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된다면 모든 의사결정이 멈춰 설 것으로 예상하는 분이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특검 사무실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3년전 병석에 눕기 전부터 아버지를 도와 사실상 그룹 전반의 모든 경영과 사업 부문의 의사결정에 관여해 왔다는 게 정설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고 이건희 회장이 휴대폰 사업을 키웠다면 이 부회장은 갤럭시 등 스마트폰과 TV 사업을 일등 제품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게 그룹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의 다양한 글로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의 인수와 투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삼성넥스트(엣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이가 바로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넥스트가 인수하거나 투자한 하만(자동차 전장), 비브랩스(인공지능), 스마트싱스(스마트홈), 조이언트(클라우드서비스), 데이코(럭셔리가전), 유니키(IoT), 8i(가상현실) 등의 경영자를 만나 설득하고 협력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뿐만 아니다. 실력있는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고 중요 임무를 맡기는 일도 이 부회장의 몫이다. 또한 전문 경영인이 할 수 없는 영역도 맡는다. 가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여러 정상들을 만나 민간 경제 외교를 벌이고 구글-애플 CEO를 접견하는 등 그룹의 굵직한 주요 현안을 챙기는 것도 이 부회장이 하는 일이다.

사실상 삼성의 미래를 결정하고 방향을 잡는 키맨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엔 이 부회장이 국내 사업구조조정이나 경영승계 같은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전 세계를 돌며 삼성전자의 미래를 설계하고 만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만약 영어의 몸이 된다면 사실상 삼성의 미래가 멈춰 선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룹으로서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 서초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부회장은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의 역할 및 업무와 관련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역할에 (전자 업무에) 90%를 할애하고 있다"며 "저보다 훌륭한 전문경영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9할 이상을 벌어들이는 삼성의 전자 부문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200조6천500억원(잠정실적)이다.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물론 소비자 인식이 나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발화 당시 미국 교통부(DOT)와 연방항공청(FAA)은 모든 항공기 내에서 갤럭시노트7의 사용과 반입을 금지시킨 바 있다. 승객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애플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라는 보도도 있었다. 또한 보상금을 노린 자작극도 적지 않았다.

만약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적용 중인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에라도 걸리면 가장 치명적이다.

해외부패방지법은 미국 정부가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회계상의 부정을 저지른 기업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1977년 만들어졌다. 삼성이 430억원대 뇌물을 준 혐의가 사법 처리로 이어지면 법에 따라 누군가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면 금전적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국내 굴지의 전자 기업에서 일하는 CSR 부서 담당자는 "해외 기업들의 비즈니스 관리는 아주 치밀하다. 단순히 협력 업체과 제품을 거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의 범죄, 부패 여부나 공장 생산설비의 운영, 그리고 아동·장애인 노동 감시 등 100여 가지 항목을 정기적으로 꼼꼼히 체크하고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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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기업과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 리스크 관리이고 때문에 혹여 범죄나 부패, 생산 현장의 안전사고 등에 연루되지 않도록 구석구석 살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 강화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마당에 세계 곳곳에서 한국 기업을 견제하고 갖가지 이유로 규제하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라며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글로벌 기업인을 굳이 구속해서 수사하겠다는 특검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 마치 이미 정해진 수순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