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으로 대개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상이 급변한다. 그 변화의 속도와 폭과 깊이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다. 속도는 빛처럼 빠르고 폭은 전지구적이며 깊이는 나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 현상을 일컬어 다들 '4차 산업혁명'이라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엄중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집중적 고민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정치 사회 경제 등 사회 전반이 대격변기에 돌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기획 시리즈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집중 탐구하고 있다. 올해는 과학기술 관련 출연 연구원 등 정부 산하기관의 정책방향부터 조명해본다.[편집자주]
국내 정부출자 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이 대거 움집해 있는 대덕 연구단지. 요즘 대덕 연구단지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R&D 기관인 ETRI가 지난해 연말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참여형 인사 개혁'이 어떻게 시행되는지, 또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떤지, 이웃하고 있는 출연연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TRI는 지난해 연말, 연구개발의 핵심인 본부장과 그룹장을 원장이 혼자 임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참여형 인사’ 제도로 획기적으로 개편했다.
이같은 파격적인 인사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 이상훈 원장이다. 취임한지 이제 갓 1년이 넘은 이 원장은 ETRI가 구성원들 간에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고민하면서 시끌벌적한 ‘시장통’이 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40년 ETRI 역사상, 첫 외부 인사인 이상훈 원장이 진행중인 ‘ETRI 혁신’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비전을 들어봤다.
■“참여형 인사제 도입...ETRI를 시끌벌적한 '시장통'으로”
-먼저 ETRI에서 불고있는 혁신의 바람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본부장, 그룹장을 구성원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를 도입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한 말씀 해달라.
“구성원들이 직접 본부장, 그룹장을 뽑는 직선제는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참여형 인사제도다. 참여형 인사 시스템의 핵심은 해당 부서에서 신망을 받고 또 자발적으로 그룹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공모에 참여함으로써 책임경영을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 연구원들도 평가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 구성원의 신뢰를 받는 리더를 부서장으로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참여형 인사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ETRI가 궁극적으로 어떤 조직으로 변모하기를 원하는가.
“ETRI가 창의적이고, 자율적이고,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게 중요하다.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는 결국 ‘시장통’과 같은 시끌벅적한 소통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참여형 인사제도를 도입한 것도 그룹 리더나 그 밑에 있는 구성원 모두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신뢰감이 높아져야 스스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자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구성원들이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서로 신뢰하면서 자율성이 부여되면 자연스럽게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고 본다. 원장 재임기간 동안, ETRI를 자율과 창의가 문화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
■“리스크 큰 원천기술 R&D에 집중할 것”
- ETRI는 40년동안 TDX 교환기, CDMA 상용화 등 기록될 만한 많은 정보통신 기술을 선보여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ETRI가 국책 과제나 보다 큰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ETRI에서도 앞서 얘기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을 비롯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나 새로운 개념을 실현하도록 핵심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리스크가 크지만 임팩트가 상대적으로 큰 핵심원천기술 위주의 연구를 준비중에 있다. 이러한 연구는 도전을 할 때, 목표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올해 ETRI는 이처럼 원대한 ‘도전과 목표’라는 연구테마를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양한 융합형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연구환경의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연구환경 풍토 조성을 위한 구상이 있다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가 바로 ETRI와 같은 연구기관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연구원들에 최대한 자율적인 연구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은 과거 TDX나 CDMA 기술을 개발하던 시점과는 환경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의 학습을 돕거나 평생 반려 로봇을 만들겠다는 등의 확고한 목표와 신념이 필요하다. 연구원들이 스스로 이들 분야에서 연구개발 의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 “꿈을 USB에 담아주는 시대 멀지 않았다”
- 2017년 새해 벽두부터 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ICT 연구기관 수장으로 각오도 남다르실 거라 생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특히 올해 ETRI가 역점을 두실 부문이 있다면.
“올해는 특히 뇌과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코골이 환자에게 수면무호흡증을 테스트 하듯이 앞으로는 꿈을 꾼 사람의 영상을 USB로 담아줄 날도 멀지 않았다.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다. 실제 지금도 사람의 뇌를 MRI 등과 같은 의료장비를 통해 꿈이라는 콘텐츠를 연구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뇌에 다양한 영상을 보여주면 뇌의 시간적 산소 포화도를 측정해 영상을 데이터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된다면 뇌속의 추억이나 생각 등을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외부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 해외에서 실제 이같은 연구작업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가.
“이러한 연구방법은 최근 알파고를 만든 허사비스 연구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바로 ‘Feedback-Loop’라는 기술인데, 뇌의 메모리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으로서 세계 각국이 현재 대단한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초연결-초지능-초실감, ETRI를 4차산업혁명의 진원지로”
-올해 신년사를 통해 ETRI가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세부 사업내용을 설명해 달라.
“올해 제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인 만큼, ETRI도 올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로봇, 빅데이터 등이 중점 연구 테마가 될 것이다.
여기에 5G 시대 도래에 따른 핵심 원천기술 확보와 국제표준화 작업과 연계한 기술개발도 선행될 것이다.
ETRI는 이미 향후 미래세상, 미래 시장에 대비해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의 ‘3초’ 구현에 주된 연구방향을 잡고 있다. 모든 세상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람과 사물끼리도 연결되는 초연결 세상을 구현하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ETRI가 만든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이 인간과 퀴즈대결을 벌인바 있다. 현재는 언어지능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개발중인데, 내부적으로 시각지능 SW 연구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또 CCTV나 카메라에도 지능을 불어넣고 있는중인데, 방범용 CCTV에 이같은 기술을 접목할 경우, 모니터링 등 만으로도 사건현장이나 범인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함께 UHD와 같은 초실감 기술개발을 위해서도 매진하고 있다. 당장 2월부터 세계 최초로 UHD 본방송이 지상파를 통해 방송할 계획이다. 이런 핵심기술들이 올해국제표준으로 확정 될 것으로 보여 기대도 크다. 아울러 내년초 열리게 될 최초의 기가올림픽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서도 분주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추가로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통신환경도 급변할 것이다. 정말 믿을 수 있고 나만이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사용환경을 요구하는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에서도 방어가 가능한 나만의 신뢰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것이 바로 초연결 세상의 기본 구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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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부에 제안할 것도 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각종 데이터, 예를 들어 인구센서스와 같은 통계자료를 ICT 기술을 통해 유의미한 서비스로 활용 하는 것이다. 이들 공공정보를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기술과 결합한다면 정부가 미래 정책을 입안하거나 시행할 경우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실험한 결과,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같은 데이터중심 과학행정을 실현한다면 한층더 효과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