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함에 따라,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아이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철저한 보호무역 주의를 표방한 것 이외에, 특별한 과학기술 정책 공약을 밝히지 않아 왔다. 특히 미국 과학기술 정책의 중심축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OSTP)도 아직 지명하지 않고 있어 정책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오현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시대, 미국 과학기술 정책기조의 변화와 시사점을 진단했다.
오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기후변화 정책이 후퇴하고, 특히 전문직 취업 제한정책 시행으로 고학력 고숙련 전문가들이 필요한 IT 업계에 인력난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는 트럼프가 기술혁신에 대한 이슈 보다는 세금과 규제개선 등을 통해 정부 개입을 줄이고 중국의 환율조작, 지적재산권 도용 등에 보다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주개발과 같은 미래 지향적인 연구보다는 인프라와 같이 미국 사회가 당장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했다.
■ 기후변화-에너지 정책 후퇴?
트럼프는 대선기간중 기후변화를 ‘사기’로 평가절하 하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파기와 온난화 프로그램 분담금 납부 중단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심지어 연방환경청의 화석에너지 사용규제를 비판하고 석유, 석탄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정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친환경 자동차 정책 기조의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규제개선 통한 제조혁신, 생명공학 ‘위축’ 우려
오바마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선진제조업’ 육성정책을 마련하고 기술 융복합, R&D 투자시 세금 공제 확대, R&D인력 양성을 통해 첨단 제조업 육성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건설업, 철강제조업, 인프라 확대, 법인세 인하, 보호무역 확대, 제조 공장 본국 이전을 위한 규제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다.
보건의료, 생명공학 분야는 투자규모가 축소되거나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보건의료 R&D 예산의 약 88%는 국립보건원(NIH)이 사용하고 있다. 트럼트는 NIH에 대한 자금 지원이 비효율적이고, 역할이 형편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부통령 당선자 마이크 펜스(Mike Pence)는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NIH에 대한 구조조정, 보건의료 및 생명공학의 R&D투자는 축소 또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IT 업계, ‘트럼프 재앙’ 현실화 되나
지난해 7월, 미국 IT업체 CEO, 교수, 엔지니어 등 145명은 ‘트럼프는 미국 혁신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애플, 구글 등 미국 5대 IT기업이 트럼프에 지원한 후원금이 경쟁자인 클린턴 후보의 1/60 수준에 불과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미국 IT 업계는 트럼프의 망중립성 정책(Net Neutrality), 사이버 보안 강화, 인터넷 통제 강화 정책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전문직 취업비자(H-1B)의 엄격한 운영 등으로 고학력 고숙련 전문인력의 이민이 제한되면서 IT 업계의 인력난도 심화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 해커로부터의 공격,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던 만큼, 사이버보안과 관련한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은 민주당에 비해 민간의 기술혁신에 대한 지원보다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따라서 연방 정부의 R&D 투자도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응용-개발-시장 지원 정책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혼돈의 트럼프 시대, 대응법은?
오 연구위원은 트럼프 시대, 과학기술과 관련한 투자 우선순위는 일부 변동이 있겠지만, 연방정부의 전체 R&D 포트폴리오 자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생명공학, 보건의료, 기후변화, 에너지, IT 등의 분야에서 일부 정책방향 이나 투자전략의 변화가 예견되는 만큼, 한국 정부나 기업 모두 시장변화 등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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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H-1B 비자 심사 강화, 지방주도의 교육정책, 학자금대출 축소 등으로 미국 내 외국인 우수 인력의 이탈현상이 예고되는 만큼, 한국인 유학생의 귀국 및 국내 정착, 외국 우수연구 인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중국은 천인계획, 만인계획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우수인력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내 법인세 인하가 현지 기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R&D 지원과 조세지원, 규제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오 연구위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