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정현정 기자)"자발광(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 디스플레이)든, 광발광(백라이트로 빛을 내는 방식)이든 퀀텀닷 소재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모두 QLED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QLED는 기술 분류인 만큼 삼성전자가 상표권을 독점할 계획은 없으며 오히려 많은 TV 제조사들이 합류하기를 바랍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년 간 퀀텀닷 소재를 적용한 프리미엄 TV 라인업에 사용하던 'SUHD TV' 브랜드를 버리고 'QLED TV'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세운다. 양자점발광다이오드로 정의되는 QLED는 그동안 업계에서 퀀텀닷 소자를 활용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인식됐던 만큼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화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면 승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킵 메모리 얼라이브(Keep Memory Alive) 센터에서 전 세계 200여 미디어가 모인 가운데 2017년형 TV 신제품인 삼성 QLED TV 88인치 Q9F, 75인치 Q8C를 전격 공개했다.
삼성 QLED TV는 퀀텀닷 입자에 메탈을 적용하는 새로운 기술로 화질의 수준을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콘텐츠 제작 기준인 DCI-P3 색영역을 정확하게 구현할 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 세밀한 기준인 컬러 볼륨까지 100% 구현한다. 컬러 볼륨은 밝기에 따른 미세한 색 차이를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같은 나뭇잎이라도 빛에 따라 연두색에서 짙은 녹색에 이르기까지 그 색채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색 표현 범위를 넓히면서도 최고 밝기 1,500~2,000니트(nits)를 구현해 밝기 저하가 없도록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5년부터 출시한 퀀텀닷 TV는 LCD 패널과 백라이트 사이에 퀀텀닷 필름을 붙여 색재현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썼다. 신제품 역시 이 방식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퀀텀닷 입자 코어(핵심)에 메탈을 입히고 코어를 덮고 있는 셀 외곽도 산화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높은 발광효율을 내면서 고순도의 색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퀀텀닷 필름 대신 발광물질을 아예 퀀텀닷 입자로 대체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처럼 백라이트 없이 자발광하는 디스플레이를 QLED로 인식해왔던 만큼 이번 삼성전자의 제품명은 논란이 여지도 남아있다.
이에 대해 김문수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일부 학계에서 QLED를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 QLED에 대한 명확한 업계 정의는 명확하게 된 것이 없는 상태"라면서 "최근 디스플레이인사이트에서 QLED에 대해 그 범위를 특정 부분에 국한하는 것보다는 자발광과 광발광 모든 것을 포함하는 퀀텀닷 소재의 디스플레이 기술이라고 정의했는데 삼성전자도 그런 관점에서 퀀텀닷 기반의 디스플레이를 일컬어 QLED라고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QLED TV라는 이름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SUHD TV 같은 고유 브랜드명이 아니라 LCD TV나 LED TV 같은 카테고리명으로 인식시킬 계획이다. 제품 공개에 앞서 삼성전자가 일부 국가에서 QLED 상표권 등록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 명칭이 기술명에 대한 보통명사로 인식이 되어서 대부분 거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QLED는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카테고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상표명으로 소유할 계획은 없다"면서 "2009년 LED TV를 출시한 이후 하나의 카테고리로 발전한 것처럼 많은 TV 업체들이 QLED를 사용하기를 격려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의미의 QLED라고 할 수 있는 자발광 QLED TV도 개발 중이다. 이날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실 부사장은 "현재 개발 중"이라면서 "제품 출시 시기는 말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TV 디스플레이 기술로 퀀텀닷을 점찍고, 종합기술원과 함께 퀀텀닷 원천 기술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상용화를 지속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퀀텀닷 소재 업체 QD 비전의 특허권 등 일부 자산을 인수하기도 했다.
올레드 TV 출시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레드 관련 투자는 RGB 올레드에 집중돼있으며 현재 대중화가 이뤄진 화이트 OLED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행사장에 OLED TV와 비교 시연존을 마련해놓고 QLED TV와 전면적인 화질 비교를 진행했다. 주최 측인 CTA에서 제품 간 비교 시연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CES 2017에서 일반 관람객들을 상대로 한 비교 시연은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지만 향후 고객사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화질 비교는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석 사장은 "화질이 좋다는 의미는 콘텐츠를 만든 사람의 의도가 다 표현돼야하는 것인데 하늘에 구름이 많은데 안 보이고 다림질 안 한 옷이 반듯하게 보이는 등 감춰진 요소를 모르고 지난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단지 밝기, 대비, 시야각, 블랙 표현 등 한 가지 요소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화질 요소를 살펴봐야한다는 의미에서 비교 시연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TV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이 둔화된 상태다. 인치 경쟁과 화소수 경쟁도 뜸해졌다. 삼성전자는 다음 경쟁 포인트로 이같은 외적인 요소보다는 화질과 디자인, 사용성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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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성 QLED TV 신제품은 베젤리스 화면과 클린백 디자인 콘셉트를 강화하고 주변 기기를 투명 케이블인 ‘인비저블 커넥션’으로 연결해 TV 주변에 엉켜 있던 기기들과 연결선들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또 360 디자인으로 TV가 인테리어 도구가 될 수 있도록 TV 스탠드 디자인을 다양화했다. 벽걸이형 제품의 경우 ‘노 갭(No-gap) 월마운트 디자인’을 적용해 TV를 벽에 완전히 밀착시킬 수 있다. 또 사용자가 복잡한 TV 메뉴를 찾아 다닐 필요 없이 음성 명령 한번으로 TV 주변 기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지능형 음성 인식’ 기능이 탑재된다.
김현석 사장은 "TV 한 대에 평균 3대에 기기들이 연결돼있는데 그럼 4개의 리모컨을 가지고 각각 조작해야하는 불편함이 있고 또 벽걸이 TV를 설치할 경우 케이블 처리가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면서 "화질은 기본이고 이같은 불편함과 공간에 어울리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 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