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다시 합병한다면…

미래부, ‘광역화-아날로그 분리’…불허 힘들듯

방송/통신입력 :2016/12/27 17:33    수정: 2016/12/28 12:03

“기업결합의 시장획정과 관련된 주된 쟁점은 유료방송서비스의 지리적 시장 획정이었다. 결합당사자는 유료방송시장의 지리적 시장이 전국시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론적, 실증적 측면과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각 방송권역을 지리적 시장으로 획정했다.”

이는 지난 7월18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을 금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된 논리였다. 이 같은 합병 불허 논거와 결정은 지난 6개월 간 방송통신업계를 뒤흔들었다.

이 논리대로라면 지역독점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케이블업계는 앞으로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2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유료방송 발전방안'은 이 같은 공정위의 논리에 방송통신사업자 간 M&A가 가능하도록 사실상의 우회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유료방송 구분 사라진다 기사 바로 가기)

이날 미래부는 “통신방송의 융합, 대형 M&A 무산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와 적극적 경영에 한계가 발생했다”며 “SK텔레콤-CJ헬로비전 간 M&A가 무산됨에 따라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추진배경을 밝혔다.

즉, 유료방송 발전방안은 그동안 추진해 온 케이블-위성-IPTV사업자 간 규제형평성을 맞추고 전국화, 대형화의 정책기조를 실현하기 위해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이지만, 방점은 ‘M&A 실현 등을 위한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에 찍혔다는 의미다.

지난 7월 공정위가 SK텔레콤-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했지만, 미래부가 향후 지역권역의 광역화를 추진하고 방통위가 유료방송시장을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분리하면서 이 같은 결정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 지역권역 유지됐지만

다만, 미래부는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케이블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단기적으로는 복수권역에서 사업 중인 MSO 법인 단위로 허가권을 통합하고, 지역권역을 폐지하는 것은 케이블의 디지털전환 완료시점으로 결정했다.

또 케이블-위성-IPTV로 나뉜 허가체계 역시 장기적으로는 ‘유료방송사업’으로 일원화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게 미래부의 계획이다.

미래부가 지역권역 폐지 시점을 디지털전환 완료시점으로 늦추긴 했지만 ‘전국시장으로 광역화 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향후 SK텔레콤-CJ헬로비전과 같은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경우 같은 논리로 공정위가 불허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아울러, 하루 앞선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2016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결과 역시 이러한 분석에 힘이 실린다.

■ ‘아날로그-디지털’ 분리

올해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을 여전히 지역 권역으로 획정했지만, 이를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장으로 분리했다.

지난 7월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간 합병을 불허하면서 “기업결합 이후 21개 방송구역 유료방송시장에서 결합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46.9%~76.0%에 이르고 2위 사업자와의 격차도 최대 58.8%p에 이르는 등 결합회사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시 CJ헬로비전은 전원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공정위의 논리에 “시장획정에서 아날로그 케이블시장은 제외돼야 한다”며 “아날로그 가입자를 분리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방통위의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유료방송시장의 지리적 시장을 아날로그-디지털 구분 없이 지역별 시장으로 획정하는 것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방통위가 올해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 유료방송시장을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나누고, 향후 디지털 시장도 전국사업자의 영향력 확대를 고려해 변경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공정위의 이 같은 논리는 이제 설득력을 잃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불허 과정에서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는 심사는 커녕 의견조차 내지 못하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지켜봐야만 했다”며 “유료방송 발전방안과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는 이러한 두 부처의 이해관계가 집약돼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