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EU 세금공방, 누가 이길까

"130억 유로 추징"에 항소…법정공방 예고

홈&모바일입력 :2016/12/20 13:20    수정: 2016/12/20 16:2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유럽연합(EU)의 세금 공방이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세금 130억 유로를 추징당한 애플이 이번 주중 유럽항소법원(CFI)에 항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이로써 애플이 아일랜드를 탈세 기지로 삼았다는 혐의를 놓고 양측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애플 측은 “EC가 유럽과 미국의 세법을 무시하고 소급해서 규칙까지 바꿨다”면서 “일방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EC가 자신들을 선택해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 애플의 논리다.

팀쿡 애플 CEO (사진=씨넷)

애플의 항소에 맞춰 아일랜드도 후원 사격에 나섰다.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19일(현지 시각) “애플에 세금 특혜를 부여한 적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아일랜드 정부는 “(우리는) 납세자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서 “EC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EC "아일랜드 통해 탈세" vs 애플 "합법적 처리"

이번 공방은 지난 8월 EC가 애플에 130억 유로 상당의 세금을 추징하면서 시작됐다. 좀 더 정확하게는 아일랜드 정부에게 애플이 덜 낸 세금을 받아내라고 명령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EC의 조치 이후 애플 뿐 아니라 아일랜드 정부까지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미 지난 11월에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번 공방을 이해하기 위해선 애플의 유럽 사업 진행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에게 아일랜드는 사실상 EU 사업 본부나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 올린 매출은 전부 아일랜드 법인 매출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일랜드 법인을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일랜드가 EU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애플에 특혜를 줬는지 설명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자료. (사진=EC)

외신들에 따르면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12.5%로 독일(29.27%)이나 프랑스(33.3%) 같은 국가들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애플 입장에선 ‘합법적 절세’를 위해 아일랜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선 아일랜드도 애플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별다른 공업 시설이 없는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을 무기로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더라도 아일랜드 입장에선 손해될 것 없다. 애플처럼 자국 법인 매출로 전부 잡을 경우 세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금 천국인 아일랜드에 유럽 법인을 두고 있는 기업만 700개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규모에 비해선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셈이다.

세금 혜택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기업 유치는 아일랜드 경제에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이런 정책은 다른 회원국들에겐 눈엣가시나 다름 없다. EU 행정부 격인 EC가 직접 나서서 ‘세금 추징’ 명령을 내린 건 그 때문이다.

■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과세 특혜 부여"

EC가 문제 삼은 건 또 있었다. 아일랜드가 애플의 ’합법적 탈세’를 도와줬다는 것이다.

EC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애플 법인으로 신고되는 수익 중 상당 부분은 ‘헤드오피스’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런데 ‘헤드오피스’는 어떤 국가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과세 대상이 아닌 셈이다.

애플은 이런 방식으로 유럽 수익 중 상당부분을 아일랜드 정부 묵인 하에 ‘탈세’할 수 있었다는 게 EC 주장이었다.

관련기사

E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11년 유럽에서 160억 유로를 벌어들었다. 하지만 이 중 과세 대상은 5천만 유로에 불과했다. 159억5천만 유로를 ‘헤드오피스’ 수익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해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납부한 법인세는 1천만 유로에 불과했다. 연간 수익의 0.05%만 세금으로 냈다는 얘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