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조 청문회, 증인채택 옥석 가려야

디지털경제입력 :2016/12/14 17:06

온 국민의 이목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당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쏠려 있다.

‘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재벌 총수들이 대거 등장한 청문회인 탓도 있지만, 최순실로 비롯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의혹을 풀어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이나 질의하는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매일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위증에 대한 증거자료나 불참 증인들에 대한 제보가 실시간으로 청문회에 전달되는 것도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큰 지를 유추케 하는 대목이다.

수백 만 명의 국민들이 매주 촛불집회에 참석해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었던 함성이 고스란히 청문회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온 것이다.

국민들이 청문회에서 가장 궁금해 하고 바라는 것은 ‘진실규명과 의혹해소’다.

이런 탓인지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는 국회의원들의 질의 내용과 이에 대한 평가다. 진실과 의혹해소보다 ‘청문회 스타’를 염두에 둔 질의가 눈과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국회의 적폐(積弊)로 지적됐던 재탕 삼탕 질문에다 면박주기, 고성과 윽박지르기, 제 식구 감싸기, 학습이 덜 됐거나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질의가 여전했다. 또 이미 언론에서 확인된 사실을 되묻는 수준의 질의도 파다했다.

대표적인 게 갤럭시노트7과 국민연금 자산 400조원 발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규명과 상관없는 갤럭시노트7를 연계시키고, 국민연금에 수천 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몰아붙이면서 500조가 넘는 국민연금 자산을 400조원이라 말하는 것이 단순 말실수로 보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화증권 전 사장이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것이 수준 낮은 질의를 한 국회의원들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이고, 국정조사특위 여당 간사가 비난 여론에 떠밀려 사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5차 청문회 증인채택 과정을 살펴보면 특위 의원들의 ‘허세(虛勢)?’는 여전해 보인다.

진실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증인으로 꼽히는 최순실과 주요 인물이 빠진 ‘맹탕 청문회’가 되고 있음에도, 이미 2차 청문회에 출석한 차은택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됐고 검찰의 기소장에도 적시된 KT 회장을 굳이 증인으로 넣으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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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순위 13위의 CEO를 불러 면박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사실관계가 드러난 이를 증인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반드시 넣어야 할 증인이 빠진 청문회에 대한 ‘면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갑(甲)의 위치에서 을(乙)을 윽박지르는 청문회가 아니라 ‘세월호 7시간’과 같이 반드시 규명돼야 할 실체적 진실이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