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

도입시 과징금 3천억원대...국내업체 과징금 80% 부담

카테크입력 :2016/12/13 15:32

정기수 기자

미국식 친환경자동차 의무판매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환경차 확대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자동차 업체별로 판매량에 따라 친환경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도록 규제하고, 미달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하지만 전기 충전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데다, 국내 완성차업체에 과도한 과징금 부담이 쏠린다는 지적이다. 실제 내년 의무판매제가 도입될 경우 현대·기아자동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5개사가 부담해야 할 과징금 액수는 2천5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친환경자동차 의무 판매제 도입의 비판적 검토'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전기차 보급이 목표치 이하인 데다 판매량이 많지 않고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조경규 환경부 장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사진=지디넷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1990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인 'ZEV(Zero Emission Vehicle : 무공해차량)' 프로그램 도입을 논의해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6월 기준 전기차 충전기 1만73개와 충전소 3천379곳을 운영하는 등 충분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491개에 불과하다.

한경연은 특히 "ZEV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도입할 경우 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국내·외 자동차 제조업체 간 차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무판매제 적용 대상 업체는 연간 판매량의 4.5%(의무판매비율)에 해당하는 크레딧을 할당받고, 판매 미달 시 1 크레딧 당 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크레딧은 전기차와 수소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할 경우 차감되는데, 평균 판매량이 2만대를 초과하는 대형업체의 경우 크레딧의 2.0%는 반드시 배터리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순수 전기차 판매를 통해 취득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승용차를 판매하는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는 전부 대형업체로 분류된다. 반면 수입차업체의 경우 총 14곳 중 3곳은 대형업체, 6개는 중형업체이며 나머지 5개 업체는 의무판매제가 적용되지 않는 소형업체다. 특히 국내업체에 할당되는 크레딧이 전체의 87.1%에 달해 크레딧 미달 시 납부해야 하는 과징금 부담이 매우 높다는 게 한경연 측 설명이다.

한경연은 ZEV 프로그램이 내년 우리나라에 도입될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가 최소 2천979억원의 과징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추정된 과징금 2천979억 원 중 77.8%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GM에서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소라 한경연 연구원은 "이는 최근 3년간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율을 감안해 추정한 것으로, 내년도 친환경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실제 부과될 과징금은 2천979억 원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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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연구원은 또 "만약 한 해 동안 친환경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할 경우 부과될 과징금은 최대 3천498억원(ZEV 의무크레딧 총 6만9962)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2025년 22%까지 의무판매비율을 높일 예정인데, 우리도 유사한 규제를 적용하면 최대과징금은 이에 비례해 몇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가 도입되면 국내 업체의 부담이 과중하다"며 "친환경차 판매량이 목표치의 반에도 못 미치는 현 상황을 감안해 우리나라도 캘리포니아와 같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내에 적합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