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시장 선구자 역할을 했던 페블이 사라진다.
7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닷컴에 따르면 피트니스 밴드 제품군으로 웨어러블 기기 최강자 지위를 굳힌 핏빗이 페블의 소프트웨어 자산을 인수했다.
페블은 회사의 하드웨어 사업 부문만을 남기고 핏빗에 인수되면서 더 이상 신제품 생산과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애플에 2년 앞서 스마트워치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초기 얼리어답터 외에 스마트워치의 시장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때문에 페블은 제품 출시 초기 실적과 비교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적 하락에도 페블은 알짜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독자 운영체제(OS)를 갖춰 다른 수많은 웨어러블 기기 관련 스타트업과 격이 다르다.
워치OS를 개발하는 애플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타이젠 OS를 밀어내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보면 페블은 규모가 매우 작은 기업이다. 소프트웨어에 별도로 투자를 지금까지 해온 것이 상대적으로 버거웠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러 스타트업을 비롯해 다른 회사들처럼 범용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할 수도 있지만 자체 OS와 자체 앱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핏빗이 군침을 흘린 부분도 페블OS다. 페블은 인수협상 초기부터 회사 자산 전체를 매각하길 바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핏빗은 소프트웨어 자산만 인수키로 했다.
사실 스마트워치 제조 공정이나 물량을 볼 때 하드웨어 자산에 탐낼 이유가 없다.
애플처럼 위탁생산에 의존하는 회사를 빼고 대부분의 제조사는 공장 가동률을 중요시한다. 만약 한 철은 공장을 돌리고 한 철은 공장이 쉬는 패턴은 사업 운영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최소한 생산시설 유지 비용과 임금을 고려할 때 기본적인 물량이 뒷받침이 돼야 고정비가 분산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피트니스밴드나 스마트워치는 부품까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매우 간단한 편에 속하는 제조 공정이고, 현재 시장 규모로 볼 때 한 회사가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기는 아직은 힘든 수준이다.
핏빗이 페블 인수 협상 테이블 자리에 앉은 뒤 이같은 문제로 페블OS만 노리는데 시간을 끌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웨어러블 시장에서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기업 수요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통적인 시계 회사인 파슬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출하면서 미스핏을 인수했다. 소프트웨어 설계를 처음부터 하는 것보다 간편한 방법일 수 있다.
핏빗도 이처럼 페블OS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지식재산권(IP)과 페블 직원을 데려온다. 페블에서 소프트웨어 담당 직원은 40% 비중이다. 이들을 모두 핏빗이 받아들이는 식이다.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페블OS를 삼킨 핏빗의 향후 행보다.
당장은 피트니스 밴드의 고도화가 점쳐진다. 핏빗은 줄곧 스마트워치 시장과는 차별화를 강조했다. 헬스케어 기능에 집중한 팔찌 정도가 핏빗이 보는 적합한 웨어러블 시장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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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애플이 스마트워치 시장에 들어온다고 할 때도 잠재 소비자 군이 달라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목에 어깨에 주던 회사다.
한편, 2007년 설립된 핏빗은 한국계 공동 창업자인 제임스 박 CEO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으며, 현재 웨어러블 디바이스 출하량 글로벌 1위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