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수순…컨트롤타워는 어디로

순기능만 살린 새 조직 출범 가능성

디지털경제입력 :2016/12/07 11:38    수정: 2016/12/07 11:38

정현정 기자

“삼성 미래전략실에 대한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간이 많다고 느꼈다.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이 만드시고 이건희 회장이 유지를 해오신거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국민 여러분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폐지를 공식 언급하면서 삼성그룹 내부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60년 가까이 이름과 모습을 바꾸며 명맥이 이어진 미래전략실은 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 수립과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발굴, 사장단 및 임원 인사, 계열사 감사 등 역할을 수행하며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나서기 힘든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하는 대관 업무를 도맡아하기 때문 불법적인 정경유착의 온상으로 지목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구조본→전략실→미전실 이름 바꿨지만 때마다 표적, 왜?

지난 1959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비서실로 출발한 미래전략실은 1998년 위환위기 당시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6년에는 다시 전략기획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폐지됐지만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와 함께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바꿔 부활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사장을 중심으로 전략팀, 인사지원팀, 기획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준법경영실 등 편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그룹을 지휘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는 만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비판적 여론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미래전략실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을 정도다.

특히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직접 지원에 미래전략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래전략실 2인자인 장충기 사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또 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에 파견되는 형식으로 200여명의 임원과 간부급 사원들이 근무하는데 대부분이 근무 기간 삼성전자 소속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계열사의 한 부서가 법적 근거 없이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컨트롤타워는 필요" 공감대…방법론은?

이재용 부회장의 이날 발언으로 미래전략실 조직에 대한 수술과 그룹 의사결정 구조의 개선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부활시키면서 과거 구조본이나 전략기획실과는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조직과 동일한 비판을 받게된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그 방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은 청문회 다음날인 7일 출근길에 "미전실 해체 발언이 사전에 예정됐던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날 발언이 청문회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발언이기는 하지만 미래전략실에 대한 이 부회장의 평소 생각이 드러난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 단계적으로 미래전략실 역할 및 조직을 축소해왔다는 점에서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자 계열을 담당하는 전략1팀과 비전자 계열을 담당하는 전략2팀을 통합하고 이건희 회장의 의전을 담당하던 비서팀을 없애는 등 미래전략실 규모를 축소했다.

이날 처음 공식적인 언급이 나온 만큼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그룹 내에서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각 계열사별 경영 현안을 챙기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 인사 등 그룹 전반의 경영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는 조직과 기능은 필수적이라는게 삼성 안팎의 지적이다. 삼성 특검 당시 전략기획실을 해체했다가 2년 뒤 미래전략실로 되살린 것처럼 순기능만 살린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키는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된다.

또 궁극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계 전환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 합병을 통해 탄생하는 지주회사가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 계열사 간 이해관계 조정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대기업 중에서는 가장 먼저 지주사 체제를 완성한 LG 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역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SK그룹은 사업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 외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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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한 관계자는 "회사가 커지고 계열사가 많아지면서 이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조직은 어디에나 필요한 법인데 잘못이 있다면 신상필벌의 원칙 하에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지 부서 자체를 없앤다는 것은 무리한 생각"이라면서 "청문회에서 많은 비판 가운데 미래전략실 폐지라는 답변이 나오기는 했지만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교수도 "국내 계열사만 60개이며 해외법인까지 400개의 계열사가 있는 그룹이 컨트롤타워 없이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컨트롤타워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비공식 조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문제인 만큼 과거처럼 소속과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과 시장과 사회의 승인을 받아 지주회사로 전환해 법적 근거를 갖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