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회 빅데이터진흥법률안 공청회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무산됐다.
한 진술인이 발제 자료집에 “빅데이터 산업진흥 정책이 청와대와 대기업의 합작품”이라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내자, 여당 측이 진술인 배제를 요청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주최측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공청회 일정을 미루고, 추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
15일 국회에서는 ‘빅데이터 이용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빅데이터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빅데이터법은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 발의한 ICT 대표 발의안 중 하나. 배 의원은 지난 5월말 20대 국회 개회와 동시에 해당 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3년마다 빅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정보통신 사업자가 비식별화된 정보에 한해 이용자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비식별 정보란 사용자의 신상을 추정할 수 없도록 익명처리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빅데이터법은 비식별화의 식별화 우려 등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된 여러 이견이 제기됐던 법안이다. 이에 국회 상임위는 공청회를 열어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뒤 해당 법안을 국회에서 논의,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늘 공청회는 빅데이터법을 발의한 배덕광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으로 시작도 전에 파행됐다.
배 의원은 “공청회 자료를 보니 한 진술인의 내용이 빅데이터와 무관한, 다분히 정치적 목적으로 읽힌다”면서 “이는 공청회 목적에 맞지 않는, 야당의 정쟁 시비에 앞장서는 것으로 국회 상임위를 모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진술인은 공청회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덕광 의원이 문제 삼은 공청회 자료는 법무법인 지향의 이은우 변호사가 작성한 내용이다.
이 변호사는 현정부의 신산업, 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추진전략이 근본적으로 잘못됐고, 빅데이터법 추진주체가 법률의 근거가 희박한 대통령령에 규정됐다는 이유 등으로 비판의 입장을 나타냈다.
또 추진주체가 21개 차관회의인 창조경제위원회에서 청와대(3)와 대기업(3), 관계장관 2인으로 변경됐고, 핵심 신산업과 성장동력 산업이 대기업 위주로 수행돼 문제라고 지적했다. 종합하면 최순실과 끈이 닿아있는 청와대와 대기업의 합작품인 빅데이터법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덕광 의원 주장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국회 역사상 이런 경우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면서 “여야가 추천해서 본인 소신과 전문성을 갖고 발언해 달라고 모셔 온 진술인에게 국회 모욕죄를 씌우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또 “여야가 추천해서 각계 전문가를 모셔온 만큼 이들의 의견을 참고 하고 자문 삼아서 국회가 결정하면 되는 것을 뭐는 되고 뭐는 안 된다고 재단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것이 21세기 선진 국회의 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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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법 공청회 시작도 전에 여야가 진술인 발제문의 적정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공청회는 잠시 정회됐다. 이후 여야 간사 간 협의가 진행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공청회는 추후 다시 개최하게 됐다.
미방위원들은 참석한 4명(고학수 교수, 이은우 변호사, 고환경 변호사, 장여경 정책활동가)의 진술인들에게 거듭 사과를 표했으나, 빅데이터법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