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정기수기자)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국내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략 강화를 위해 전략 모델인 'GLE 쿠페'와 'GLS'를 새롭게 투입했다.
벤츠 코리아의 SUV 판매량은 올 들어 10월까지 7천485대로 전년동기(2천785대)대비 2.7배가량 늘었다. 전체 판매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6.6%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보다 9.6%P나 급증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은 "더 뉴 GLS와 더 뉴 GLE 쿠페의 가세로 총 6종의 SUV 풀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며 "앞으로 벤츠 코리아 판매량 증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새롭게 만난 벤츠 SUV의 시승은 경기도 용인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3.0리터 V6 디젤 엔진을 얹은 'GLE 350d 4매틱 쿠페'와 'GLS 350d 4매틱'. 시승 구간은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출발, 용인 스피드웨이까지 국도와 고속도로, 와인딩 구간 등이 골고루 섞인 총 70km코스에서 이뤄졌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GLE 쿠페는 GLE보다 덩치는 키워 전체적으로 볼륨감을 더한 반면 자세는 한껏 낮춰 민첩한 인상이다. GLE 쿠페가 50mm 더 길고(4천880mm) 95mm가 더 넓은(2천30mm) 반면, 높이는 45mm 낮췄다(1천725mm). 측면부 날렵한 드로핑 라인과 흐르는 듯한 루프 라인과 어우러져 금방이라도 뛰쳐 나갈듯한 인상을 준다. 후면부는 수평 LED 테일램프를 비롯해 S클래스 쿠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눈에 띄고 AMG 프론트와 리어 에이프런, 21인치 AMG 알로이 휠 등 AMG 라인이 기본 적용됐다.
운전석에 앉자 탁 트인 시야와 나파 가죽시트의 편안한 착좌감이 만족스럽다. 쿠페형 디자인의 차량이지만 신장 177cm의 성인이 뒷좌석에 앉아도 넉넉할 정도로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롭다. 경쟁 차종인 BMW X6보다 길이는 짧지만 넓이와 높이는 더 크다.
D컷 AMG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알루미늄 트림, AMG 페달은 차량의 성격에 맞게 스포티함을 더한다. 외부기기 연결이 가능한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장착된 2개의 디스플레이와 무선 헤드폰, 리모트 컨트롤로 구성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뒷좌석에서도 영화감상 등을 즐길 수 있다. 하만카돈 로직7 서라운드 시스템과 파노라마 선루프 등 편의장치도 눈에 띈다.
시승이 평일 오후에 진행된 관계로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해서도 속도를 내긴 쉽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 간신히 정체가 풀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넣었다. 초기 반응은 빠르지 않지만 일단 탄력이 붙자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3.2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V6 3.0 디젤엔진이 2천405kg에 달하는 차체를 밀어붙였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 150km까지 가볍게 치고 올라갔다. 이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7.0초에 불과하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헐떡이는 움직임이 아니라, 부드럽게 뻗는 느낌에 가깝다. '실키 드라이빙(Silky Driving)'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주행감이다. 9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재빨리 최적의 기어 단수를 찾아 옮겨가 변속 충격도 거의 없다. GLE 쿠페는 3겹의 초고장력 강판의 루프 프레임과 강성을 높인 A필러와 고강도 철판을 사용한 B필러 등을 적용한 단단한 차체로 역동적인 주행과 안정성이 크게 강화됐다고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귀띔했다.
용인 스피드웨이 인근 와인딩 구간에서도 높은 토크 덕분에 감속과 가속을 반복해도 빠르게 반응하며 치고 나간다. 적당한 무게감의 핸들링은 민첩하게 차체를 움직이고,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을 장착한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 개입하며 네 바퀴가 땅을 움켜쥐듯는 한 접지력으로 날카롭게 안정적으로 코너를 찌르고 빠져나온다.
GLE 쿠페와 GLS에는 스티어링의 반응성을 향상시키는 '스포츠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이 장착됐고 역동적인 주행을 위해 서스펜션을 각각 15mm, 25mm 낮게 설정하는 스포츠와 스포츠+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SUV의 실용성과 운전의 재미를 차량 한 대로 동시에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권할 만 하다. GLE 350 d 4매틱의 가격은 1억600만원이다.
■SUV의 S클래스 '더 뉴 GLS'
"정말 크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고급 플래그십 SUV라고 자부하는 '더 뉴 GLS'의 첫 인상이다. GLS의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차체다. 전장은 무려 5천130mm에 달한다. 특히 실내공간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휠베이스(축거)는 3천75mm로 3m가 넘는다. 경쟁 차종인 볼보 XC90(2천984mm)나 아우디 Q7(2천994mm)보다도 길다.
GLS는 벤츠의 새로운 작명법이 적용된 GL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로, S클래스와 플랫폼을 공유해 고급스러움과 정숙함에 오프로드 주행성능까지 갖춘 점이 특징이다. 벤츠 코리아는 지난달 GLS를 출시하면서 'SUV의 S클래스'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큰 차체에 걸맞게 내부공간은 여유롭다 못해 광활하다. 말만 7인승인 SUV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활용도 역시 높다. 중앙 좌석의 전자식 버튼 하나로 2, 3열 시트를 모두 접을 수 있고 이 경우 최대 2천300리터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넓이는 얼핏 보기에도 퀸사이즈 침대 정도다. 골프백 9개가 들어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외관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위치한 삼각별과 홀 패턴으로 강렬함을 더했고 범퍼 하단에는 대형 공기흡입구가 적용됐다. 전체적으로 볼륨감 넘치는 라인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더했다. 진화를 거듭하며 많은 변화를 이뤄낸 디자인은 이제 젊은 아빠들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할 듯 하다.
실내공간은 블랙 우드 트림과 가죽 시트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두툼한 나파 가죽으로 둘러싸인 3포크 스티어링 휠은 손에 잘 감긴다. 스피드웨이에서 용인 트레이닝 아카데미로 돌아오는 길에 GLS를 시승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자 2천655kg에 달하는 무게가 무색할 만큼 부드럽게 나아간다. 디젤 차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진동과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차체가 크고 높은 편이지만 승차감은 왠만한 세단에 버금갈 정도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강력한 엔진의 힘이 느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GLE 쿠페보다는 반응이 더디게 느껴진다. 더 무겁고 성격이 다른 탓이다. 하지만 V6 3.0 디젤엔진이 발휘하는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3.2㎏·m의 성능은 육중한 덩치 탓에 움직임이 굼뜰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에 그치게 만들었다. 변속감도 부드럽고 고속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안정성이 뛰어나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데도 힘에 부치지 않고 큰 차체에도 와인딩 구간을 속도있게 선회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고속 주행에서의 실내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고속주행에서도 탑승자끼리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문제가 없다.
S클래스에 적용됐던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 능동형 차선 유지 어시스트 등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도 기본 적용됐다. 실제 이날 시승에서는 약 130km/h까지 속도를 높여가며 이 기능들을 체험해봤다.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은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렸으며,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자 마치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는듯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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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7.6km/ℓ다. GLS의 복합 연비는 9.5km/ℓ다. 이날 시승에서 성능 테스트를 위해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며 RPM의 피로도가 높았고, 운전자도 네 명이나 바뀌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상 주행에서는 공인 연비 수준에 가까운 연비를 기록할 듯 싶다.
다만 XC90나 Q7 등 수입 경쟁SUV 대비 가격은 다소 높게 형성됐다. GLS 350d 4매틱의 가격은 1억2천5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