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 이은 名車 숙원 풀었다" 제네시스號 1년

안방서 EQ900·G80 '강자' 우뚝...해외 진출 본격화

카테크입력 :2016/10/31 08:30    수정: 2016/10/31 08:36

정기수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명차(名車)'에 대한 염원이 대(代)를 이어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현대차의 첫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 1년 만에 프리미엄 자동차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매김했다는 평가다. 안방에서는 경쟁 수입차종들의 공세를 막아내며 새 강자로 올라섰다. 에쿠스와 2세대 제네시스(DH)로 수 차례 도전하며 자양분을 쌓아 온 해외시장에서도 연착륙이 기대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4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런칭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면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선포식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정 부회장은 부친의 숙원 사업 런칭을 알리는 출범 무대를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미래를 이끌 리더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았다.

이어 12월 9일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차종이자 최상위 모델인 'EQ900(해외명 G90)'의 데뷔 무대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섰다. 정 회장은 "'EQ900'는 세계 시장을 목표로 야심차게 개발한 최첨단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그동안 축적해 우리의 모든 기술력을 집약하고 최고의 성능과 품질 관리로 탄생시킨 EQ900는 세계 최고급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네시스 EQ900 신차 발표회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네시스)

이날 정 회장은 내외빈을 맞으며 시종일관 양쪽 볼에 홍조를 띤 채 다소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부친의 뒤에 서서 내조를 자처한 정 부회장 역시 들뜬 기색이었다. 정 회장이 신차 발표회를 주재한 것은 이날이 2년여 만이었다. 아들인 정 부회장과 함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 역시 마찬가지로 2013년 11월 2세대 제네시스(DH) 출시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명차 브랜드에 대한 오랜 숙원이 정 회장 부자(父子)의 눈 앞에서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네시스 EQ900 신차 발표회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맨 끝)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 두 번째) 등 주요 경영진이 외빈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제네시스 출범 1년 '판매·브랜드' 모두 잡았다

사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새 EQ900의 전신 격인 '에쿠스'가 국내 초대형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경쟁 수입차업체의 거센 공세에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해 에쿠스의 국내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사정은 다르다. 안방에서 자존심 회복을 넘어 새로운 강자로 탈바꿈 했다. EQ900는 올 들어 9월까지 총 2만400대가 팔려나가며 같은 기간 S클래스(5천482대)를 4배가량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미 EQ900의 올해 연간 내수 목표(2만대)는 초과 달성했다.

G80(DH 포함) 2만8천780대를 합친 제네시스 브랜드의 9월 누적판매량은 4만9천180대다. 월평균 5천460여대가 팔린 셈이다. 남은 기간 동안 판매량이 더해지면 최대 7만대에 육박하는 연간 실적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제네시스 'EQ900'(사진=지디넷코리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누적판매도 5만대를 돌파했다.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작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EQ900 2만930대, G80(DH 포함) 3만4천752대 등 총 5만5천682대가 팔려나갔다.

2008년 1세대 제네시스(BH)가 출시된 이후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합친 판매량으로는 역대 최대다. 특히 EQ900는 2002년 에쿠스가 갖고 있었던 국산 초대형 세단 최단 판매기록(1만6천927대)를 14년 만에 갈아치웠다. EQ900는 에쿠스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며 G80은 2세대 제네시스(DH)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지난 26일에는 G80의 파생 모델인 G80 스포츠가 추가 투입됐다. G80의 최상위 모델인 3.8보다 출력은 17.5%, 토크는 28.4% 높인 고성능 모델이다. 강력한 주행성능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한 타깃 모델이다. 올 9월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와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한 일환으로 스타필드 하남에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개관했다. 한 달간 누적 방문객이 2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거둔 선전은 차량의 성능 개선은 물론, 브랜드 고급화와 차별성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시스는 대당 차량 가격이 비싼 만큼 수익성이 좋은 모델인 만큼,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 전시된 제네시스 'G80'(사진=지디넷코리아)

제네시스는 내수 시장에서의 여세를 몰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 돌풍을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특히 고급차 시장이 가장 큰 북미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중요하다. G80와 G90(국내명 EQ900)는 올해 8월과 지난달 각각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G80는 8월 1천497대, 9월 1천201대로 총 2천698대를 판매했다. G80의 경우 기존 2세대 제네시스(DH)보다 가격이 4%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10대가 팔리며 예열에 들어간 G90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만큼, 온전히 집계되는 월 판매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것인지 주목된다. 아직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기존 에쿠스와 2세대 제네시스(DH) 등 구형 모델들이 단종 수순에 접어들면 G80와 G90로 판매량이 흡수될 것이라는 점은 실적 확대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제네시스는 G90와 G80의 연간 미국시장 판매 목표를 각각 5천대와 2만5천대 등 총 3만대로 잡고 있다. 지난해 에쿠스와 제네시스 DH의 미국 판매량은 각각 2천332대, 2만4천917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8월 미국에 판매가 시작된 G80은 구형(DH)와 합쳐 월 2천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며 "9월 가세한 G90가 10월부터 판매가 본격화되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 총 판매량은 월평균 3천~4천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사진=지디넷코리아)

제네시스는 또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차량에 커넥티드 기능을 강화, 차별화를 통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복안이다. G80과 G90에는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음성인식서비스 '알렉사(Alexa)'가 양산차 세계 최초로 탑재됐다. G80과 G90 고객들은 아마존 홈 무선인식서비스를 탑재, 원통형 스피커 모양의 에코를 이용해 실내에서 잠금장치와 공조장치 조절은 물론 경적을 울리거나 시동도 켜고 끌 수 있다. 음악을 틀거나 기사를 읽을 수도, 피자 등 음식 주문 등도 가능하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 시장 초기 진입은 성공적인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인지도가 쌓이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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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G90과 G80 2종으로 국한된 라인업이 지속적으로 보강되면서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네시스는 내년 출시 예정인 중형 럭셔리 세단 G70,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 4종을 추가해 2020년까지 총 6종의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게 고객 서비스도 차별화 한다. 6개 라인업이 완성되는 2020년에 맞춰 전시장과 A/S센터도 현대차와 분리해 운영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의 미국 진출이 이제 막 시작된 데다, 중동과 러시아 등으로 해외 판매망을 넓혀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글로벌 판매량이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네시스는 내년 상반기 호주에 이어 중국, 유럽시장에도 순차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