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電 부회장, 책임경영 본격 시동

등기이사 선임…갤노트7 등 현안 법적 책임 생겨

디지털경제입력 :2016/10/27 14:08    수정: 2016/10/27 17:36

정현정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며 이사회의 일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책임 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삼성에는 발화 사고로 인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전자 분할과 주주 배당 강화 요구, 사업구조 재편 등 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다.

책임 경영을 선언한 이재용 부회장으로서 큰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 48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원안대로 승인했다.

예상처럼 이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등기이사 선임 후보자 참석이 현행법상 의무 사항이 아닌 데다 그동안 후보자가 참석한 전례가 없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사내이사진은 이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부품부문장), 윤부근 사장(소비자가전부문장), 신종균 사장(IT·모바일부문장) 등 4명으로 구성된다. 사업부문별 대표이사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은 경영 전반을 총괄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을 전망이다.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것은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8년여 만이다.

등기이사가 되면 경영상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하며 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진다. 연봉이 5억원 이상일 경우 보수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전자 사옥 (사진=삼성 뉴스룸)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사실상 삼성그룹을 이끌어온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선임으로 경영 현안에 대해 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직접 책임경영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대내외 이미지가 제고되고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권오현 부회장은 "변화무쌍한 IT 사업환경 하에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이 지속 추진돼야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이 부회장이 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삼성전자 글로벌 위상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 부회장이 직면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갤럭시노트7 발화와 단종 사태로 하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직접적인 손실액만 7조원대로 추산되는 등 금전적인 손실도 문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먼저다.

사업구조 재편 작업도 현재진행형 과제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방산과 화학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전자, 바이오, 금융 등 세 개 축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왔다.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의 비주력 부문으로 꼽히는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의 매각을 위한 분할 안건도 순조롭게 처리됐지만 사업부 임직원들의 반발은 아직 계속되는 상황이다.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와 인공지능(AI), 전장부품 등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은 없는 상태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인수합병 등 신규사업 투자에서는 좀 더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안정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남은 숙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분할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30조원의 특별배당과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세도 부담이다.

당장 올 연말 예정된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 부회장의 구상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면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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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책임 경영을 맡은 만큼 과감한 결단과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리더십을 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의사결정 구조와 경직적인 조직 문화가 또 하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조직문화와 지배구조와 관련된 개선방안이 전문경영인의 입에서 나온다고해서 시장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만큼 이 부회장이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얘기하고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