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절벽'이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정부가 내수 부양책으로 내놓은 노후 경유차 세제 지원방안마저 표류하면서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크게 후진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9월 내수는 11만1천159대로 전년동월 대비 13.2% 감소했다. 전월(10만7천677대) 대비로는 3.1% 증가했지만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소비심리가 냉각된 데다, 마땅한 소비 진작 대책도 없어 연말까지 판매 감소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파업의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4만1천548대의 국내 판매를 기록, 전년동월 대비 20.0% 급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주력 모델 노후화 등 악재로 내수가 감소했다"면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같은 국가적인 내수 진작 이벤트와 신형 i30 등 신차를 비롯한 주력 차종에 대한 지속적인 판촉 강화로 국내 시장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도 파업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3만8천300대를 판매해 14.9% 감소했다.
한국GM도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1만4천78대를 판매, 14.1% 줄었다. 올 들어 7월까지 견조하게 이어온 내수 신장세가 두 달 연속 꺽였다. 다만 한국GM은 지난달 9일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매듭짓고 파업 리스크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남은 기간 내수 판매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효자 차종인 티볼리 브랜드와 코란도 스포츠가 선전했지만 1.2% 감소한 8천11대를 판매했다. 다만 개소세 인하 종료 이후에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반면 르노삼성은 신차 QM6와 SM6 등 주력 모델을 앞세워 내수가 크게 신장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9천222대를 판매해 전년동월 대비 39.6% 급증했다. 전월 대비로도 19.6% 늘었다. 르노삼성은 올해 임단협을 최종 타결하진 못했지만 현재 파업 없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소세 인하 종료로 촉발된 소비심리 위축이 쉽사리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개소세 인하 종료의 대안으로 내놓은 노후 경유차 교체 지원책은 입법 지연으로 시행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하반기 자동차 내수 견인을 위해 지난 6월말 노후 경유차 교체시 개소세 인하 혜택을 주기로 했다. 10년 전인 2006년 12월 31일 이전에 등록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규로 승용차를 구입할 경우 개소세 70%가 감면돼 개소세율이 기존 5.0%에서 1.5%로 인하된다. 하지만 지원계획 발표 이후 석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도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내심 성수기인 9~10월 내수 확대를 별러왔던 업체들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모두 내수 회복을 위해 정부의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지만 한시·한정 판매인 만큼, 소비 위축으로 쌓인 재고를 소진하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궁극적인 판매량 증대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지난달 국내 완성차업계 내수 판매량이 급감했다"며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정책 시행까지 늦춰지면서 내수 절벽이 가팔라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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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각사별로 판촉 강화를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소세 인하 종료 이후 냉각된 소비심리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당분간 내수 절벽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해외판매는 58만2천370대로 전년동월 대비 0.3% 늘었다. 국내와 해외시장에서의 총 판매량은 69만3천529대로 2.1% 감소했다.